DSR 규제 첫날, 발길 끊긴 은행창구…"신용대출 막차 탈 사람은 다 탔다"

2020-11-30 18:43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1억이상 대출땐 DSR 40% 적용
1년 이대 규제지역 집 사면 회수

고액 신용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된 30일 서울 시내 은행 주요 영업점들은 대체로 차분했다. 지난주까지 대기업 재직자 등 일부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창구가 붐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가 2주 전에 나오면서 신용대출을 받을 사람들은 이미 다 받은 분위기"라며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지난주부터 자율적으로 규제에 들어간 것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의 영업점 관계자 또한 "오늘(30일) 신용대출 관련 문의 전화는 한 통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지난 13일 예고한 바 있다.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에 대한 DSR 40% 규제를 개인 차주별로 적용한다. 아울러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2주 안에 회수한다.

실제로 규제 방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이미 '막차'에 탑승하려는 이들이 은행 창구로 몰리기 시작했다. 30일 이전에 신용대출을 이미 받은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감안해 '일단 받고 보자'는 심리에 불이 붙은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14~15일에만 719건, 금액으로는 304억원의 신용대출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1주일 전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소재 일부 은행 영업점에는 17일 대출 상담 목적으로 내방한 이들이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마이너스 통장 수 역시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23일 신규로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은 6681개에 달했다. 23일 전후로도 20일 6324개, 24일 6324개, 25일 5869개, 26일 5629개 등 꾸준히 5000대 후반을 웃도는 상황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지난 12일 129조5053억원에서 26일 131조6981억원으로 늘었다. 2주 만에 2조원이 넘게 불어난 것이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선제적인 대출 심사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한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당국의 규제와 별개로 소득과 무관하게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어서면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28일 0시부터 연소득 8000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주부터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에 들어갔다.

타행에 비해 신용대출 한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씨티은행 역시 30일부터 신규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약정서를 받기 시작했다. 해당 약정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아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30일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날 서울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