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의붓아들을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일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혼한 남편이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범행 도구와 방법을 검색하고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계획에 따라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 결과 고씨는 범행 전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표백제, 고무장갑, 청소용품 등을 구매한 모습이 마트CCTV에 포착됐다.

고씨가 범행 후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배 위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버리는 장면도 선박 CCTV에 포착됐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인터넷에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그리고 감자탕 뼈 버리는 법 등의 검색 기록도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에서 계획 살인 정황이 다수 포착됐지만 고씨는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저항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라거 주장해왔다.

고씨는 검거 당일에도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이 고씨 검거 당시 촬영한 영상 원본에는 경찰이 "살인죄로 체포한다, 긴급체포하겠다"고 말하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우자 "그런 적 없다, 제가 당했다"며 부인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고위 경찰 간부에 의해 일부 언론에 공개됐고, 지난해 7월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방송됐다.

고씨는 수사 초반 경찰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도록 고개를 깊게 숙인채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며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려하기도 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는 체념한 듯 고씨는 1년 4개월에 걸친 재판 기간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