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역할 뒤바뀐 양현석 재판, 판사 "상습도박" vs 검사 "단순도박"

2020-10-28 15:29
재판부의 더 무거운 혐의 적용 요구, 검찰이 거부...검찰 봐주기?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0.28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이 억대 원정도박 혐의를 받는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PD)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지난 기일 재판부는 양 전 대표PD 도박 상습성을 고려해달라 검찰에 요구했지만 검찰은 단순도박 혐의를 고수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박수현 판사)은 28일 오후 2시 도박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PD, 금모씨, YG자회사 YGX 공동대표 김모씨(37)와 이모씨(41)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열린 1차 공판에서 "단순도박 사건인데 증거가 이렇게 많으냐"며, "혐의 적용 법조가 단순도박으로 기소된 데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공소사실만으로 보면 일반도박이 아니라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재판부의 견해다.

상습도박 혐의는 단순도박보다 형량이 높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이 처해진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6일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 피고인들이 도박으로 인한 전력이 없고, 비즈니스 목적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간 것이기에 상습도박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법정에서 재판부가 더 강력한 혐의의 적용을 주문하는데 검찰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경찰에서는 상습도박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도 "양씨가 불법적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상습도박 혐의가 아닌 단순도박 혐의를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며 재차 물었지만 검찰은 입장변화가 없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동종전력이 없지만 횟수·금액·사회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죄질이 가볍다고 볼수 없다"며 양 전 대표PD·김 대표·이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금씨에 대해선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표PD 측은 "애초에 피고인에 대한 수사는 익명의 제보와 특정 방송을 통해 시작된 것"이라며 "피고인이 이승현(승리)와 공모해 성매매 알선을 했다는 것은 (제보자 측)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종 다른 연예인들이 원정도박을 통해 환치기를 한 것과 피고인은 다른 경우"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으로 했을 뿐 불법성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상습성을 적극 부인했다.

또 최후진술로 "저의 불찰로 인해 여러분들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번 일로 진지하고 엄중하게 반성해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표PD 변호인은 "K-POP을 선도한 피고인이 한국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 법이 허용한 최대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양 전 대표 등은 2015~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카지노에서 총 24회에 걸쳐 33만5460달러(한화 4억원) 상당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7일에 선고공판을 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