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리니지, 콘솔로 이어지는 ‘무거운’ 기대
2020-06-24 16:32
PC 모바일 석권 IP 리니지M 3주년
콘솔, 리니지 IP ‘작품성’ 시험대
콘솔, 리니지 IP ‘작품성’ 시험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출시 3주년을 기념해 24일 온라인에서 ‘트리니티(삼위일체)’ 컨퍼런스를 열고 작품 비전과 향후 업데이트를 소개했다. 이번 트리니티에는 작품 출시 3주년 외에 엔씨와 리니지M, 사용자 3개 주체라는 의미가 담겼다.
◆플랫폼 안착 성공 3주년
컨퍼런스에서 김택진 엔씨 COO(최고창의력책임자)는 단 하나의 세계만 존재하던 21년 전 최초 리니지로 돌아가겠다며 ‘마스터 서버’를 예고했다. 각 서버에 흩어진 사용자들이 하나의 세상이던 첫 리니지 시절로 돌아가 함께 싸우고 거래하며 소통하라는 의도다.
3주년 업데이트로 선보이는 마스터 서버 콘텐츠는 △아덴 공성전 △영웅들의 땅 △마스터 레이드다. 엔씨는 리니지M의 5번째 오리지널 직업인 ‘광전사’도 공개했다.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중심이 옮겨간 뒤에도 리니지 위력은 여전하다. 리니지M 시리즈는 1편과 2편 모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다. 다른 모바일게임들은 3위부터 등락을 겨룬다.
리니지M 시리지는 엔씨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2일 엔씨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등급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리니지M 1~2편 흥행 성공과 수익 창출 기반 확대에 따른 현금창출력 강화, 우수한 재무적 완충력 때문이다.
재무안정성 근거는 3월 말 기준 37%인 부채비율과 2조266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 등이다. 유사시 2862억원어치 토지와 건물을 활용할 수도 있다.
리니지 시리즈 장르는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MMORPG)이다. 개발 기간이 긴 만큼 자본 역시 많이 투입된다. 신작 흥행 여부가 실적 변동을 좌우한다.
엔씨의 핵심 자산은 사용자 경험이다. 회사는 그간 넷마블이 자사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성공시킨 모습을 지켜봤다. 사용자가 원하는 모바일판 리니지 수요를 확인한 엔씨는 적자(嫡子)의 자존심으로 작품을 내놓은 후 내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공개한 마스터 서버도 불특정 다수가 한 세상에 모여 만드는 경험을 추구한다.
플랫폼 경계를 넘나드는 ‘연속성’도 사용시간을 붙잡는 요인이다. PC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2M 자동사냥을 시켜놓고 밖에서 모바일로 생명력 부족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퍼플’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할 수도 있다.
퍼플은 해외 유명 업체의 연속성과 대비된다. ‘애플 아케이드’는 데스크톱과 모바일기기 간 진행 상황이 이어지는 연속성 서비스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용으로 나눠 출시하지 않고 하나의 게임을 연속으로 즐기는 방식이다. 다만 사용자가 직접 기기를 켜 화면을 마주해야 한다.
반면 엔씨는 장르 특성과 하드웨어 격차 등에 따른 사용 경험을 고려해 PC와 모바일 판을 개별 제공한다. 대신 24일 리니지M 퍼플 서비스 시작과 함께 ‘접속 전환’ 기능을 추가했다. 퍼플 PC 접속 중 모바일에서 리니지M을 켜면 퍼플 PC는 ‘모바일에서 플레이 중’ 상태로 바뀐다. 모바일 플레이를 마치고 ‘퍼플 PC로 접속 전환’을 선택하면 PC에서 게임을 이어서 진행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콘솔판 리니지 IP 게임 흥행과 사용자 경험 확장이다. 엔씨가 개발하는 ‘프로젝트 TL’은 리니지 IP를 활용한 콘솔 MMORPG다. 업계에선 퍼플서비스의 콘솔 적용 가능성을 낮게 본다. 콘솔은 고품질 게임 그래픽 구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게임 역시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개발된다. 화면을 직접 누르는 모바일판과 이를 잠시 보조해 줄 키보드·마우스와 사용 경험이 확연히 다르다.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거의 모든 손가락을 사용하는 게임 경험을 PC와 모바일에서 ‘이어하기’로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진득하게 앉아 하는 콘솔게임 특성상 ‘프로젝트 TL’의 작품성 평가가 흥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콘솔게임은 유료 아이템 구매 경쟁 대신 탄탄한 이야기 전개 등 완결성이 전제 되기 때문에 작품성이 인기의 척도”라고 말했다.
리니지 IP의 콘솔 데뷔가 MMORPG의 태생적인 한계를 보여줄 지, 장르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려 콘솔 MMORPG의 전성기를 이끌게 될 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