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단파산 이후 대표에게 퇴직금 책임 물을 수 없어”

2020-02-05 12:28

법인이 파산한 뒤에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에 대해서는 법인의 대표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5일 근로기준법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이 부산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가 대표로 있던 모 종교계 의료재단이 이미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인 만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면서 이 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한다”며 “법인의 경우 지급권한을 갖는 대표자가 체불로 인한 죄책을 지지만, 지불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그 권한을 상실하게 된 대표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퇴직한 직원에 대한 퇴직금과 임금 등을 법이 정한 기일 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2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금 체불을 조기에 청산하거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등 근로자 측이 수긍할 만한 조치들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의 형이 가볍다며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은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A씨가 재직할 당시 퇴직한 근로자의 수, 체불금품 액수가 상당하다”며 양형요소들을 다시 검토해 보면 원심 형의 양정은 가볍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사건에 대한 원심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파기환송하면서 A씨는 사실상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앞으로 열린 파기후 환송심에서는 검찰이 특별한 유죄의 증거를 다시 내놓지 않는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대법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