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수사·기소 분리" vs 윤석열 "수사는 기소 준비과정"…충돌 예고?
2020-02-04 08:48
추 장관 "검사 동일체 원칙은 15년전에 삭제... 왜 아직 거론되나" 직격탄
윤 총장, 수사통제권 등 기존권한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충돌' 재연 우려
윤 총장, 수사통제권 등 기존권한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 '충돌' 재연 우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미묘하게 입장을 내놓았다. 추 장관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강조한 반면 윤 총장은 "수사는 기소의 준비과정"이라고 정의하면서 또다른 충돌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추 장관은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 드라마 '검사내전'의 주인공 '차명주 검사'와 영화 '어퓨굿맨'의 데미 무어를 언급하며 말을 꺼냈다.
그는 "앞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면 상대방을 잡기 위해 변장하는 차명주 검사는 있을 수 없다"며 "잘못된 수사를 바로 잡고 인권 침해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감독하면서 법령 위반을 골라내는 것, 제대로 기소하고 소추해내는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여러분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경계선을 명확히 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추 장관은 "개혁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처럼 사문화된 법령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에서부터 찾아낼 수 있다"면서 "검찰청법의 인권보호 수사규칙을 잘 숙지하고 개별 사건에 있어서도 별건수사를 하지 않거나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는다면 쉽게 개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상갓집 항명' 사건과 '기소강행'을 두고도 에둘러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검찰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 장관으로서 안타깝다"면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절차적 정의는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추 장관은 "검사 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 조직에는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 '상명하복' 문화에 기인했다는 비판을 에둘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오후에 열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도 검찰 조직에 쓴소리를 이어갔다.
추 장관은 "감찰권을 행사한다든지, 보고사무규칙을 통해 사무보고를 받고 일반 지시를 내린다든지, 인사를 한다든지 이런 지휘 방법과 수단이 있다"며 "(검찰이) 아직까지 그걸 실감있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장관은 "이제 겨우 국회에서 개혁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됐다. 보통 다른 일들은 시작이 반인데, 이건 시작이 시작"이라며 "지금까지는 원론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실행 가능하게끔 구체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열린 검사 전입식에서 "'수사'는 기소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분히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담았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구체적으로 제도화 될 것임을 언급하고도 "재판 시스템의 변화, 형사 법제 개정과 함께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재판을 준비하는 수사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만들어갈지 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선거법을 집행하는 검찰로서는 수사 역량을 집중해서 선거사범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 역량을 선거 사건에 집중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반사건에도 부담이 많아지고, 검찰이 다 같이 나눠야 할 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날 윤 총장의 발언은 1차 수사권을 경찰에 오롯히 넘겨주더라도 2차·보강수사권이나 수사통제권은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청와대나 법무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향후 또다른 충돌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