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이어 '모자의 난'...한진家 경영권 불화 가속
2019-12-29 18:21
-조현아 측근 정리ㆍ호텔 매각 시사 원인
-조원태, 내년 3월 주총서 우호지분 필요한데...가족간 골 깊어져
-외부주주들, 내부 다툼 틈타 세력 화장
-조원태, 내년 3월 주총서 우호지분 필요한데...가족간 골 깊어져
-외부주주들, 내부 다툼 틈타 세력 화장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남매의 난'에 이어 '모자의 난'까지 벌이며 경영권 분쟁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내 남매 간 갈등이 한진가 전체로 번지면서 내년 3월 진행되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내년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기 때문이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외부 주주들은 내부갈등을 틈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조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도 등을 돌리는 양상으로, 내년 3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아 격한 언쟁을 벌였다. 조 회장은 이날 이 고문에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이 고문에게 욕설을 퍼붓고,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둘러 집안의 물건을 부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한진그룹 일부 경영진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조 회장이 소동을 벌인 현장 사진은 경영진에게 전달됐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진이 언론에 유출됐다.
외부로 사진이 공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이 고문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편에 섰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외부유출을 막으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인데, 한진그룹 경영진에서 사진이 유출됐다는 것은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주총 안갯속··· 캐스팅보트 쥔 이명희와 각 세울 경우 지배구조 역전가능성↑
내년 3월 주총을 앞둔 조 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진가의 분쟁은 외부주주와의 연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조 전 부사장 역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려면 대내외 여론 악화와 내부 노동조합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사내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는 24일 공식성명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반대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과 각을 세울 경우, 3개월가량 남은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강성부 펀드(KCGI)는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KCGI의 현재 지분율은 17.29%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전무(6.47%)는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조 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분류된 우호 지분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4%)과 대한항공과 협력 중인 델타항공(10%) 지분 등을 합해 최소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왔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만 있으면 통과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만큼, 다른 주주와 힘을 모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2대 주주 KCGI(17.29%)나 4대 주주 반도(6.28%)가 거론된다.
◆갈등 발단은 조현아 측근 정리·호텔 사업 매각 시사
남매 간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진그룹 정기 임원인사다.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는 임원 수 20% 이상 삭감을 통한 신속하고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조 전 부사장 측근 배제가 골자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물론, 조 전 부사장의 측근까지 정리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재등판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또한 조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이 도맡아온 호텔사업 정리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남매 간 갈등에 불을 지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격에 나섰다. 조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거스르고 독자적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 여부와 관련해 본인의 합의가 없었지만 합의된 것처럼 공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