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모친집서 물건 부수며 '소동'…한진家 경영권 다툼 본격화
2019-12-28 10:22
-지난 25일 평창동 찾아가 집기 부수며 논쟁 벌여
-조현아 전 부사장 '반기' 묵인 두고 불만
-조현아 전 부사장 '반기' 묵인 두고 불만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본격화된 가운데 남매간 갈등이 총수 일가 전체로 번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 물건을 부수는 등 경영권 관련 소동을 벌였다.
내년 3월 진행되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이 고문과 경영권을 두고 언쟁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이 고문에게 욕설을 퍼붓고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둘러 집안의 물건을 부쉈다.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집을 빠져나가던 과정에서도 거실에 있던 화병이 깨졌고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조 회장의 부인 및 3자녀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 이 고문은 한진그룹 일부 경영진에게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어준 준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고문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거스르고 독자적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공격에 나섰다.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조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영 복귀에 대한 본인의 합의가 없었지만 합의된 것처럼 공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 5월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으로 지정한 날 이틀 전에야 공정위에 스캔본으로 제출했다.
이를 두고 남매 갈등설이 일었고, 조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매갈등 한진가로 번져...조현아 전 부사장 외부세력 힘 합치나
가족간 갈등이 악화되면서 내년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는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한진 총수 일가는 올해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며,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전무(6.47%)는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당초 조 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분류된 우호 지분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28.95%)과 대한항공과 협력 중인 델타항공(10%) 지분 등을 합해 최소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왔다. 한진칼 정관상 이사 선임은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만 있으면 통과된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든 만큼, 다른 주주와 힘을 모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회장과 대립 중인 2대 주주 KCGI(17.29%)나, 4대 주주 반도(6.28%)와 손잡으면 조 회장이 표 대결에서 밀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연임에 문제가 없지만 가족 간 갈등이 수면위로 오른만큼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와 접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