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49곳 '갑질관행' 165건 적발"

2019-12-27 00:00
감사원,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 공개
개인정보 열람·비정규직 차별·저작권 침해까지...'주의' 조치

계약업체에 비용·책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설정하는 등 공공기관의 '갑질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2개월간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도로공사 등 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감사를 실시해 △계약 △하도급 △대국민서비스 △조직내부 등 4가지 분야에서 총 165건의 부당사례를 적발했다.

감사 결과,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135개)의 시설 개선 사업 추진 중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체 사업비 415억원의 75%에 해당하는 310억여원을 운영업체에 전가했다.

도로공사는 개선된 화장실을 공사 자산으로 편입, 자산 가치를 증가시킨 반면 운영업체는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할 사업비 310억원을 대신 떠안게 됐다.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이에 감사원은 도로공사 사장에게 "공사의 필요에 따라 시행하는 휴게소 화장실 개선사업의 비용을 휴게소 운영업체에 부담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자체적으로 휴게소 운영업체들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LH는 용역 발주 후 기관의 귀책 사유로 용역을 정지했음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감사 기간 적발한 지연보상금 미지급 규모는 총 57억여원으로 파악됐다. 진행 중인 용역의 지연보상금 111억여원도 미지급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LH 사장에게 "용역정지 시 계약상대자에게 지연보상금 지급을 철저히 하고 미지급한 지연보상금을 재산정하여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앞으로 입찰보증금 반환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계약규정이 모호하거나 미비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에 계약담당자가 규정을 공공기관에 유리하게 해석·적용하는 등 불공정한 규정을 제정·운용하더라도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해 불공정관행이 지속된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특히 감사대상 49개 기관의 2018년도 기준 계약건수는 14만건(33조원)으로 이 같은 불공정 사례를 감시·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특정업체에 특혜 제공 등 계약규정을 위반해도 적발될 가능성이 낮고 적발되더라도 계약취소 등 직접적으로 시정·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아 불공정행위 반복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레일유통주식회사는 범죄예방 및 시설안전 등의 목적으로 전국 207개 철도역사 내 909개 매장에 원격으로 매장 영상을 실시간 열람·백업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운영하면서 2017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595건의 개인영상정보를 사용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민원처리 등 목적 외로 이용한 것이다. 

한국건설관리공사·도로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전KPS 등 4개 기관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과 차별할 수 없음에도 비정규직 직원이 1개월 이상 병가 시 직권면직하는 등 부당하게 차별하는 내부규정을 운용했다.

이외에도 한국마사회·LH 등 7개 공공기관은 2014년부터 15건의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협의 없이 응모자의 저작권을 주최기관에 귀속하도록 공고했다. 이들 기관에 감사원은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