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업체에 비용과 책임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설정하는 등 공공기관의 '갑질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6일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및 규제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2개월간 한국전력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 등 4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감사를 실시, △계약 △하도급 △대국민서비스 △조직내부 등 4가지 분야에서 총 165건의 부당사례를 적발했다.

감사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135개 휴게소 화장실 시설 개선 사업 추진 중 예산 부족 등의 사유로 전체 비용 415억원의 4분의 3에 달하는 310억여원을 휴게소 임대 운영업체에 전가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개선된 화장실을 공사 자산으로 편입해 자산 가치를 증가시킨 반면 운영업체는 도로공사의 부담을 대신 떠안게 됐다.

 
현재 도로공사는 임대 운영업체 56개와 휴게소 임대차계약을 체결, 전국 152개 고속도로 휴게소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감사원은 도로공사 사장에게 "화장실 시설 전반을 개선해 공사 자산을 늘리는 사업은 도로공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체들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국토지주택(LH)공사는 용역 발주 후 기관의 귀책 사유로 용역을 정지했음에도 관련 규정에 따라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감사 기간 적발한 지연보상금 미지급 규모는 총 57억여원으로 파악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LH공사가 2017년 1월 이후 준공했거나 지난 6월 말 이후 현재 진행 중인 계약금액 1억원 이상의 설계용역 119건 점검 결과, LH공사는 준공한 용역계약 49건 가운데 41건에서 발생한 지연보상금 57억여원을 계약상대자에게 미지급한 상태다.

이에 감사원은 "현재 진행 중인 용역계약 70건 중 지금까지 지연보상금이 발생한 57건 계약의 지연보상금 111억여원도 지급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10개 공공기관은 입찰을 위한 예정 가격을 산정할 때 원가 등으로 산정된 가격보다 2~5.5% 일률적으로 감액해 기초금액을 정했다.

감사원은 "그 결과 부실 공사, 저가 하도급 등 저가낙찰 폐해가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계약규정이 모호하거나 미비한 사례도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 등 39개 공공기관은 계약 시 연대납부해야 하는 인지세(2018년 기준 45억원)의 납부비율에 대한 규정이 없어 97.1%에 달하는 43억7000만원을 계약상대방에게 전가했다.

특히 이 같은 불공정 사례를 감시·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국남부발전주식회사 등 3개 공공기관은 '발전소 성능진단 용역' 입찰 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기준을 조정해 해당 업체가 낙찰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은 공사계약 시 관련 법령에 따라 원가에 반영해야 할 안전관리비 등을 담당자의 규정 미숙지 등의 사유로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특정업체에 특혜 제공 등 계약규정을 위반해도 적발될 가능성이 낮고 적발되더라도 계약취소 등 직접적으로 시정‧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아 불공정행위 반복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국마사회, LH공사, 한국감정원,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7개 공공기관은 2014년부터 15건의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별도의 협의 없이 응모자의 저작권을 주최기관에 귀속시켰다.

이에 감사원은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