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우려가 현실로
2019-12-23 18:16
-조현아 “조현태, 선친 경영 유훈 어겨” 반기
-한진칼 지분 비슷해…경영권 분쟁 가능성
-한진칼 지분 비슷해…경영권 분쟁 가능성
이번 사태는 향후 그룹 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남매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율이 엇비슷한 만큼, 승자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조현아 "조원태 회장, 공동경영 유훈 어겨"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확보 이후 조 회장의 행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선대 회장의 유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조 전 부사장은 “(생전에 선대 회장은) 가족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 뜻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조 회장은 거듭된 요청에도 경영상의 중요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 주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며 ”아울러 본인(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서도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유족 간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둘러싼 남매간 견해차가 갈등을 유발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를 희망하지만, 조 회장이 반대하며 갈등이 본격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상속세 부담으로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약 600억원에 이른다. 지금처럼 아무런 직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현금을 확보해 상속세를 내기 어려운 만큼, 경영 복귀를 위한 ‘무력시위’에 나섰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 한진家 '경영권 분쟁' 가능성 점증
이처럼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표출하며 한진그룹 경영 구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6.52%로, 조 전 부사장(6.49%)과 조 전무(6.47%), 이 고문(5.31%) 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한진칼 주요 대주주와의 관계가 경영권의 주요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다. 한진칼의 1대 주주는 이른바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KCGI로 15.98%의 지분을 가졌다. 이어 델타항공(10.0%), 반도건설(6.28%), 국민연금(4.1%) 순이다. 이들이 조 회장 또는 다른 유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흐름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한진그룹의 ‘경영권 사수’를 위한 가족 간 단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다른 가족이 KCGI와 편을 이루면, 조 회장과 '백기사'로 간주되는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율을 더해도 경영권 사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조 회장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아직까진 조 회장이 ‘경영권 사수’에 성공할 거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남매 간 갈등이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까지 번지진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법무법인 원 관계자 역시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과 관련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라며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자료를 내고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과 고객,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룹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사되어야 한다"고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