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주일대사 "일본 反韓 감정이 문제…공공외교로 풀어내야"

2019-12-23 18:08
한국 기자단 오찬 간담회…"2020년 우선 목표는 '공공외교 확산'"
日 외무성 예산, 한국의 두배…"韓 외교예산 부분 아직 열악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한·일 관계 개선 방안으로 공공외교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국민들의 반한·반일 감정이 점차 커지는 것을 관계 악화의 근본적인 문제로 보고 이를 공공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남 대사는 지난 18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일본 정부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집중하는데, 더 신경 써서 봐야 할 것은 일본 국민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다”라고 말했다.

남 대사는 지난 5월 부임 이후 직접 체감한 ‘혐한·반한’ 등의 분위기에 대해 “서점에 (반한 관련) 베스트셀러 코너가 생길 정도”라며 “일본 미디어도 혐한·반한 이런 식으로 다루는 데 집중하게 되고, 악순환된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국민들이 그렇게(혐한·반한) 생각하면 정치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의사에 거꾸로 할 수 없다”며 일본 의원들이 한국 정치인들을 잘 만나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사는 “우리 의원들 오셔서 ‘일본 의원들이 잘 안 만나준다’ 이런 일 있었다. 한국에서 온 의원 만나면 일본 지역구에서 반발이 있으니 그렇게 된다”며 “(일본 내 반한 분위기에)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 때리거나 심한 발언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공외교 중요성을 언급, 주일 한국대사관의 2020년 우선 목표가 ‘공공외교 확산’이라고 밝혔다.

남 대사는 “일본 사회에 정말로 이제는 전방위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제일 우선순위는 발언력이 크신 분들, 정치·언론·전문가들 등 여론 주도층들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창출 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일본 기자들도 많이 한국에 보내고, 한국에서도 많이 오셔서 여러 분야에서, 안보·경제·문화라든지 이런 부분까지 전반적 분야서 한·일이 긴밀히 협의가 이뤄지고 좋은 아이디어 많이 나오는 걸 집중적으로 내년에 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일본 내 반한 감정 확산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여전히 한류에 관심 많다’, ‘일본에서 오는 관광객 수가 안 줄어든다’ 등 한국 내 지나친 낙관론, 이런 시각의 보도에 대한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남 대사는 “그분들이 일본 사회의 일반적인 흐름이 아니다. 일반화할 수 없다. 정치와 무관하게 한국이 좋은 것”이라며 “우리 관광객은 줄어드는데 한국에 오는 일본 관광객은 안 준다, 이런 식으로 미디어가 다루는 것이 실제 정확한 일본 여론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서 남관표 주일본한국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매우 전문적이고 잘 아는 반면 한국은 일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남 대사는 양국의 예산 규모를 그 배경으로 제시했다.

남 대사는 “일본 정부의 예산이 우리의 약 2배이다. 그런데 일본 외무성 예산은 우리 외교부의 3~4배”라며 “외교라는 게 우리 국가가 해야 할 일에 어느 정도 중요성 있을까 생각해서 거기에 따라 예산 배정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열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일본 정부의 예산은 약 100조엔(1064조23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외무성 예산은 7300억엔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전체 예산 470조원 가운데 외교부 예산은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남 대사는 최근 한·일 통상당국 고위급 대화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는 점을 언급, 오는 24일 15개월 만에 이뤄지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한일 교역 요건이 좋다고 판단하고, 미래 산업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부분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 대사는 “상당히 아쉽고 시간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 특히 미래 산업 분야에서 일본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부분이 많다)”며 “제3국 동남아·인도 이런데 같이 가거나 서로 부족한 것 보완해서 그런 부분 북돋우며 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기술을 뛰어나지만, 제약과 규제가 심한 일본 미래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강점을 가졌다는 것을 이용해 양국이 팀을 만들어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고령화 문제·사회적서비스 문제와 관련, 일본 내 한국인 고용 수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어학능력이 있고 적극적인 한국 청년들이 많이 와줬으면 좋겠다는 일본의 분위기도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