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외교 대전', 동북아 정세가 달렸다

2019-12-19 16:04
北 도발 속 북·미 대화 재개에 사활
사드로 중단된 習 방한 윤곽 나오나
아베 만나는 文, 한·일 해법 찾을까

[사진=연합뉴스 ]


중국이 향후 일주일간 남북과 미·중·일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외교 대전의 무대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중과 북·미, 미·중, 한·일 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회동이 잇따른다.

동북아 정세의 향방을 좌우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北 '극단적 선택' 막을 마지막 기회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뤄 부부장은 한반도 관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관련국이 자제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각각의 걱정을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부터 이틀간 베이징을 방문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비건 대표의 방중은 중국이 대북 제재 대오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한 상태다.

이번 미·중 접촉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실제 뤄 부부장은 안보리 결의안 초안 제출과 관련해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깨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 미국의 양보를 역제안하는 자리로 끝날 공산이 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최우선 순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24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하는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미리 만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중 관계 발전 및 양국 간 교류 협력 활성화 방안,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면하는 3자 정상회의 때도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안정 구축 방안이 의제로 제시될 수 있다.

이번 연쇄 회동에서 북·미 갈등 완화를 위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흘리고 있고, 미국도 전략 자산의 한반도 재전개를 언급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習 방한, 한·일 문제 등도 집중 논의 

한·중 정상회담 때는 시 주석의 내년 방한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한국을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지난 2014년 7월이다.

이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북·미 관계의 부침 등 때문에 방한이 번번이 무산돼 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만나 요청할 경우 시 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사드 후폭풍이 걷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히려 미국이 추진 중인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불참하라는 숙제만 떠안을 수도 있다.

답보 상태인 한·일 간 무역 마찰이 분수령을 맞을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총리와도 양자 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 현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에는 베이징에서 한·중·일 3국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이 참여하는데, 별도의 양자 회동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 직전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물밑 조율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각종 이슈에 대한 중재자를 자처하며 동북아 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의 수호자 이미지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예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가속화도 재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어느 수준으로 공감의 목소리를 낼 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