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전격 방중, 中 대북 역할론에 부응할까

2019-12-18 16:36
북·미 갈등 격화 속 중국에 손길
대북제재 유지·중재자 역할 요청
강경한 北, 설득 통할지는 미지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사진=환구시보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19~20일 방중한다.

중국이 대북 제재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 역할을 요청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가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18일 관영 환구시보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을 인용, 비건 대표가 19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비건 대표는 중국 관리들과 북한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은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중국이 전날 러시아와 공동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대북 제재 유지를 위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이 이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비건 대표가 전격 방중한 가장 큰 이유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징후가 짙어지는 가운데 지난 15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한 비건 대표는 대북 유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다.

방한 중이던 지난 16일에는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안다"며 북한에 만남을 제안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북한의 최대 뒷배인 중국을 통해서도 대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북·미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북한이 성탄절을 즈음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고, 미국이 B-1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재전개하며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중국 역시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주장에 맞장구를 쳐 주는 차원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도발을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가능한 선에서 북·미 대화 중재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연말을 최종 시한으로 선언하며 배수진을 친 북한이 얻는 것 없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탄핵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재선에도 도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온 북·미 협상을 유지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