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신탁상품 판매 불허로 은행권 내년 수익 '보릿고개' 불보듯···투자자도 갈곳잃어
2019-12-02 19:05
시중은행 非이자 이익 큰 폭 감소 불가피
투자자는 정기예금·고위험상품 눈돌려야
투자자는 정기예금·고위험상품 눈돌려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공모형 신탁상품 판매를 끝내 불허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40조원을 웃도는 신탁시장이 한순간에 없어지게 되면서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은행권은 수익성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소비자도 사실상 제로(0) 수익률이나 다름없는 정기예금 가입이 아니라면, 증권사의 고위험 상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과정에서 불거진 불완전영업 관행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까지 다 태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신탁판매 전면 금지··· 저금리 직격탄에 설상가상
금융위원회가 2일 공모형으로 구성된 신탁상품을 판매해 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자,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라 내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던 신탁시장마저 사라지게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내년에 '보릿보개'를 맞이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곳은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이다. ELT는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화한 상품이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은행권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ELT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파생결합증권신탁(DLT)을 포함한 ELT 판매액은 지난 8월 7일 기준 42조8000억원으로, 2017년 말(26조6000억원) 대비 60.9% 급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액(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현재 ELT 시장 규모는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ELS의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하는 만큼, 이를 담은 ELT도 '고난도 상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논리다.
문제는 내년 시중은행이 비이자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말 신탁수수료 이익은 1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33억원) 대비 18.2% 늘었다. 전체 수수료이익(847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신탁수수료 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전체 수수료 가운데 각각 28%, 15.5%에 이른다.
예대마진율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원마저 막힐 경우 피해가 고객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천억 투자처 증발하나
은행의 ELT 시장이 사라지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ELT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원이 원천 차단될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이 올해 3분기 말까지 올린 특정금전신탁이익은 1조819억원으로 전년 동기(7492억원) 대비 4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852억원에서 5962억원으로 54.8% 급증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역시 각각 37%, 19.1% 늘어났다. 특정금전신탁 판매액에서 ELT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ELT 투자자들은 올 들어 주요 4대 은행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 시 연간 약 4000억원의 투자수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도 고객으로선 불리하다. ELT 투자가 막히면 대안으로 주가연계펀드(ELF)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자산운용사도 거래당사자로 편입돼 수수료가 ELT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 증권사에서만 판매되는 ELS의 판매 채널이 부족해 고객은 가입 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DLF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똑같이 고위험 상품이라는 이유로 신탁시장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신탁판매 전면 금지··· 저금리 직격탄에 설상가상
금융위원회가 2일 공모형으로 구성된 신탁상품을 판매해 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자,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라 내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던 신탁시장마저 사라지게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내년에 '보릿보개'를 맞이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곳은 주가연계신탁(ELT) 시장이다. ELT는 개별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신탁화한 상품이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은행권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ELT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파생결합증권신탁(DLT)을 포함한 ELT 판매액은 지난 8월 7일 기준 42조8000억원으로, 2017년 말(26조6000억원) 대비 60.9% 급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외금리 연계 DLF 판매액(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현재 ELT 시장 규모는 10배에 달하는 셈이다.
ELS의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하는 만큼, 이를 담은 ELT도 '고난도 상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논리다.
문제는 내년 시중은행이 비이자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신한은행의 올 3분기 말 신탁수수료 이익은 1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33억원) 대비 18.2% 늘었다. 전체 수수료이익(8472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4%에 달한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신탁수수료 이익이 소폭 줄었지만, 전체 수수료 가운데 각각 28%, 15.5%에 이른다.
예대마진율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원마저 막힐 경우 피해가 고객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천억 투자처 증발하나
은행의 ELT 시장이 사라지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ELT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수익원이 원천 차단될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이 올해 3분기 말까지 올린 특정금전신탁이익은 1조819억원으로 전년 동기(7492억원) 대비 4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852억원에서 5962억원으로 54.8% 급증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역시 각각 37%, 19.1% 늘어났다. 특정금전신탁 판매액에서 ELT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ELT 투자자들은 올 들어 주요 4대 은행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 시 연간 약 4000억원의 투자수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대안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도 고객으로선 불리하다. ELT 투자가 막히면 대안으로 주가연계펀드(ELF)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자산운용사도 거래당사자로 편입돼 수수료가 ELT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 증권사에서만 판매되는 ELS의 판매 채널이 부족해 고객은 가입 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진 DLF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똑같이 고위험 상품이라는 이유로 신탁시장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