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슈리성 화재, 한국인이 방화"…혐한 유언비어 확산
2019-11-01 17:47
"日수출 규제 비판한 오키나와 지사가 배후" 주장도
일본 슈리성(首里城) 화재와 관련한 혐한 유언비어가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방화범이 재일 조선인이나 한국인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1일 일본 오키나와타임스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에는 화재가 발생한 전날부터 이 같은 주장이 담긴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재일 조선인이 한 짓" "중국인이나 한국인에 의한 방화"라는 증오 발언이나 "프로시민(깨시민)의 짓" "넷좌익(좌빨)의 음모"라는 유언비어가 잇따랐다.
한국 출장 중인 다마키 데니(玉城丹尼) 오키나와 지사를 중상모략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다마키가 한국으로 대피하고 있다. 지사가 지시했을지도 몰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이 올라온 게시글에는 "범인은 저(다마키 지사)입니까"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다마키 지사는 지난 9월 한국의 일본 여행 보이콧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비판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정부 정책 때문에 오키나와 관광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이 일본 우익 네티즌들의 눈에 한국 편을 드는 걸로 비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 혐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3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낳은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 당시에도 "방화는 한국인의 습성" "일본 수출규제 강화에 따른 한국인의 보복"이라는 괴소문이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었다.
앞서 31일 새벽 일본 오키나와(沖縄)현 나하(那覇)에 위치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슈리성에서 화재가 발생해 성의 중심 건물 정전(正殿) 등이 전소했다.
슈리성은 류큐(琉球) 왕국 시대이던 약 500년 전 지어졌으며 193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중 오키나와 전투로 소실됐다. 1992년 정전이 복구된 후 다른 건물도 점차 복원되고 있고,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