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이낙연·아베 회담' 중점 보도…"핵심 빠진 채 평행선"

2019-10-24 15:43
아베, '국가간 약속 준수' 입장 반복

일본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24일 이낙연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에 대해 "핵심 쟁점은 빠진 '사실상의 평행선' 회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낙연 총리와 이날 오전 11시 전후로 약 20분간의 회담을 가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처음 성사된 양국 최고위급 대화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잘 이해하는 이 총리의 첫 방일을 환영한다"면서 지난 12~13일 동일본 지역을 강타했던 19호 태풍 '하기비스' 피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위로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이 총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와 레이와(令和·나루히토 일왕 연호)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하기비스 피해에 대한 위로의 말을 다시 한 뒤 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한국은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하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점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매체들은 회담에 대해 "대체로는 성과를 도출한 만남이라기보다는 핵심 이슈인 징용 배상 소송을 두고 평행선을 달린 모습"이라고 해설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 문제를 놓고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면서 "이 총리가 한국은 청구권 협정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회담이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일본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공영 NHK 방송도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계기를 만들어달라"면서 징용 소송을 둘러싼 문제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한국에 재차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NHK는 이 총리가 회담 후 문 대통령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그렇습니다"라고 일본어로 대답했지만, 친서 내용에 대해선 "모릅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25분의 의례적 회담'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회담은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이후 열린 양국 간의 최고위급 회담이지만 일본 정부는 '일왕 즉위 의식 참석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의례적으로 하는 회담의 일환'"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평가를 전했다. 

또 이 총리가 전한 문 대통령 친서에는 내달 예정된 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태국 정상회의 등 제3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인터넷판에서 한·일 양측의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한·일 관계는 징용 판결 이후 급속히 악화돼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상태가 됐다"며 아베 총리에게 전달된 문 대통령 친서가 나빠진 한·일관계 호전으로 이어질지가 초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