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형목선 입항까지, 정부 "경계근무 등 문제 드러나"

2019-07-03 14:45
합참의장 경고·8군단장 보직해임
삼척항 인근 발표 "허위보고·축소은폐 의도 없었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조사결과' 발표

북한 소형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오기까지 우리 군은 식별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등 경계근무태세에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는 박한기 합참의장 등을 엄중 경고 조치하고,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기로 했다.

다만 합참이 북한 목선 발견장소를 '삼척항 방파제'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던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구체적인 정황을 밝히지 못했다.

국무조정실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소형목선 관련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군 당국이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 경계근무 과정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당시 북한 목선이 삼척항으로 입항하는 장면은 인근 소초에서 운영하는 지능형영상감시장비(IVS)와 해경 CCTV 1대, 해수청 CCTV 2대 중 1대, 삼척수협 CCTV 16대 중 1대의 영상에 촬영됐다.

지난 6월 14일 19시 18분부터 20시 15분까지 북한 소형목선으로 추정되는 의심표적이 한 레이더 기지 책임 구역에 포착됐으나, 당시 운용요원은 자기 책임구역에 집중하느라 인식하지 못했다.

또 북한 소형목선이 해당 책임 지역으로 들어왔던 또 다른 레이더에는 6월 14일 20시 6분부터 북한 소형목선으로 추정되는 의심표적이 포착됐으나 운용 요원은 이를 해면반사파로 오인했다.

정부는 "해안경계작전은 레이더와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에 포착된 소형 목선을 주의 깊게 식별하지 못했고, 주간·야간 감시 성능이 우수한 열상감시장비(TOD)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해안감시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북한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삼척항에 도달 57시간 동안 이를 식별하지 못한 것은 해상 경계작전계획과 가용전력의 운용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육군 23사단 초동조치부대의 현장이 늦었고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는 상황 전파가 지연되는 상황도 확인됐다. 당시 경계작전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진행은 됐지만, 운용 미흡 등으로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합동브리핑에 앞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국방부는 이번 경계작전 실패와 관련해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경계작전 태세 감독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하고, 평시 해안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된 제8군단장을 보직 해임할 예정이다.

또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식별된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해경 역시 북한 소형목선 상황에 대해 해상종합기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엄중 서면 경고하고, 동해해양경찰서장을 인사 조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정부는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초기 상황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 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장소를 표현했다"며 "이 표현은 군이 군사보안적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소형목선이 삼척항 방파제까지 입항한 것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으로서 경계에 실패한 것"이라며 "(군 당국이 초기 브리핑에서) '경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안이했음을 국방부와 합참의 관계기관들이 조사과정에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