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된다...최저임금 ‘구간설정’ 후 ‘금액결정’

2019-01-07 17:11
‘구간설정위원회’·‘결정위원회’ 이원화
전문가 최저임금 구간 설정 후 노·사와 공익위원 최종 결정
공익위원 정부 독점 추전도 폐지
노·사 이견으로 심의 장기화 방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구간이 먼저 정해지고, 노사 및 공익위원이 구간 내 인상 수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8000원 하한선, 9000원 상한선 등으로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결정위원회 내 공익위원도 정부가 독점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국회나 노사 양측이 추천권을 나눠 갖게 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31년 만에 처음 개편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자료=고용노동부]


개편안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구체적으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가 최저임금액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최저임금 구간은 △노동자 생계비 등 생활수준 △고용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해 정한다. 여기서 근로자 고용수준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기업 지급 능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간설정위 전문가 9명은 △노사 양측과 정부가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한 뒤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추려 나가는 방안 △노사와 정부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이다.

이는 노사 양측이 비판하는 편향된 인사를 제외해 중립적인 인사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구간설정위는 연중 상시 운영된다.

결정위는 노·사·공익위원 각각 7명씩 21명 또는 노·사·공익위원 5명씩 15명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노·사·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원회보다 규모가 작아진다.

노사가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입장차가 클 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공익위원 전원을 정부가 독점 추천하는 방식도 폐지된다. 사실상 정부 추천 공익위원 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지적을 감안해서다.

결정위 공익위원을 7명으로 할 경우 국회가 3명 추천, 정부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4명을 추천하는 방안과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해 노사가 순차적으로 4명씩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정위 노사 양측 위원은 주요 노사 단체가 추천하되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구성 방식과 유사하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전문가들이 설정한 구간 범위 내에서 심의가 이뤄져 최저임금 수준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노사 이견으로 심의 과정이 장기화되고, 정부 공익위원 안이 결정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안은 이달 중으로 확정돼 관련법 개정 등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부터 적용된다.

고용부는 오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사 △TV △대국민 토론회 등을 순차적으로 열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오는 21∼30일에는 온라인으로 대국민 의견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