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죄자 자영업자 대출 눈덩이

2019-01-08 00:01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40%가 부동산 임대업종에 편중돼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같은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609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8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업종별 대출 비중은 부동산 임대업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도·소매업(13%), 음식·숙박업(9%), 제조업(8%) 순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부동산 임대업에 편중되는 것은 상업용 부동산의 높은 투자수익률 때문이다. 실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아파트 임대업 수익률은 56%, 주택 임대업 수익률을 49%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으로 인한 풍선효과도 한몫했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옥죄자 사업자 명의로 돈을 빌리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후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다. 두 종류 대출을 동시에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실제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금융지원보다는 담보 중심의 부동산 대출이 이뤄지면서 향후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경우 부동산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대출 편중 현상으로 인한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을 우려해 관련 규제를 내놨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금융당국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신규 대출 시 이자상환비율(RTI) 150%를 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상가 임대를 목적으로 돈을 빌릴 경우 예상되는 임대소득이 이자의 1.5배가 돼야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도입해 1억원 이상 신규 대출 신청 시 별도의 소득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임대업 등 쏠림이 과도한 업종의 경우 금융회사가 필수 관리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연간 신규대출 취급 한도를 설정토록 했다. 관련 모범규준도 개정해 자율적으로 3개 이상 관리대상 업종을 정하도록 하되, 쏠림현상이 과도한 업종은 필수 관리업종으로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와 관련,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혁신성장이나 생산적 분야로 자금공급이 이뤄지기보다는 담보 중심의 부동산 임대업으로 대출이 확대, 업종별 대출 편중도가 심화되는 추세"라며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임대업 여신규제 강화 등의 정책은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개인사업자의 영업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등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