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KT 황창규 회장이 주목하는 이유
2019-01-03 14:18
- 신재민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기업에 정부 개입 부당"
- 남중수·이석채 등 전임 CEO 줄줄이 비리 혐의 '불명예퇴진'
- 아현국사 화재 '경영정상화' 빛 바랜 황창규 회장 거취 주목
- 남중수·이석채 등 전임 CEO 줄줄이 비리 혐의 '불명예퇴진'
- 아현국사 화재 '경영정상화' 빛 바랜 황창규 회장 거취 주목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폭로한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으로 황창규 회장의 거취 문제에 재차 관심이 쏠린다.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폭로하면서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영화된 기업은 삼성, LG와 같은 민간기업과 다를바 없어 정부의 개입이 부당했다는 뜻이다.
KT의 1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3분기 말 기준 11%의 지분을 보유했다.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8.5%다. 국내기관 및 개인의 보유비중도 약 34%로 나타났다.
주주구성에서 알 수 있듯 KT는 이미 외국인 지분률이 상당히 높은 민간기업이다. 그러나 KT는 2002년 민영화된 후에도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물갈이 됐던 선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남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은 임기 중 정권이 바뀌면서 비리 혐의 등으로 물러나는 불명예 퇴진의 당사자가 됐다. 남 전 회장은 납품업체 선정 비리로 구속된 후 물러나야 했다.
이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연임 중인 2013년 11월 중도 사퇴했다. 이 전 회장은 회사 비등기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중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11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친척들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 등 3개 벤처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10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1심은 무죄를, 2심은 횡령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으며 파기환송심에서 이 전 회장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695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황창규 회장도 정권교체 후 꾸준히 교체설이 제기됐다. 이전 CEO들과 마찬가지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로 압박이 가해졌다. 지난해 1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을 개장하던 날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전·현직 임원들과 불법 후원금 4억여원을 국회의원·정치인 등 99명의 계좌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상품권을 산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황 회장이 이를 알았다고 보고 있으나 KT 측은 황 회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과 얽힌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은 KT의 경영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민영화 후 처음으로 연임 임기까지 채우는 CEO가 될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황 회장이 민간 기업 출신이란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화재로 상황이 반전됐다. 가장 큰 성과였던 경영 정상화가 사실은 과도한 인력 감축 등의 결과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황 회장으로서는 화재 사태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가 지난해 말 세계 첫 5G 상용화를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 했던 계획에도 찬물을 끼 얹은 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새로운 변수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수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가져갔던 관행이 세간의 비판을 받게 되면서 황 회장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