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KT 황창규 회장이 주목하는 이유

2019-01-03 14:18
- 신재민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기업에 정부 개입 부당"
- 남중수·이석채 등 전임 CEO 줄줄이 비리 혐의 '불명예퇴진'
- 아현국사 화재 '경영정상화' 빛 바랜 황창규 회장 거취 주목

(윗줄 왼쪽부터)이석채 전 KT회장, 남중수 전 사장 (아래)황창규 KT 회장.[사진=연합뉴스, KT]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폭로한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 의혹으로 황창규 회장의 거취 문제에 재차 관심이 쏠린다.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동영상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고 폭로하면서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미 민영화된 기업은 삼성, LG와 같은 민간기업과 다를바 없어 정부의 개입이 부당했다는 뜻이다. 

KT와 KT&G의 주주구성은 비슷하다. 2017년 말 기준 KT&G의 외국인 주주비중은 53.3%이며 1대주주는 9.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국내 기관 또는 개인의 보유 비중은 27%다.

KT의 1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3분기 말 기준 11%의 지분을 보유했다.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8.5%다. 국내기관 및 개인의 보유비중도 약 34%로 나타났다.

주주구성에서 알 수 있듯 KT는 이미 외국인 지분률이 상당히 높은 민간기업이다. 그러나 KT는 2002년 민영화된 후에도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물갈이 됐던 선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영화 KT의 1호 CEO였던 이용경 사장은 2005년 3월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같은히 8월 임기가 만료되면서 물러났다. 이후 CEO에 선임된 남중수 전 사장(2005년8월~208년 11월)과 이석채 전 회장(2009년 3월~2013년 11월)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비리와 배임·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중도 사퇴했다. KT CEO의 임기는 3년이다.

특히 남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은 임기 중 정권이 바뀌면서 비리 혐의 등으로 물러나는 불명예 퇴진의 당사자가 됐다. 남 전 회장은 납품업체 선정 비리로 구속된 후 물러나야 했다.

이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연임 중인 2013년 11월 중도 사퇴했다. 이 전 회장은 회사 비등기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중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11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해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친척들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 등 3개 벤처기업의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10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1심은 무죄를, 2심은 횡령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으며 파기환송심에서 이 전 회장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았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695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황창규 회장도 정권교체 후 꾸준히 교체설이 제기됐다. 이전 CEO들과 마찬가지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로 압박이 가해졌다. 지난해 1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을 개장하던 날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은 전·현직 임원들과 불법 후원금 4억여원을 국회의원·정치인 등 99명의 계좌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상품권을 산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황 회장이 이를 알았다고 보고 있으나 KT 측은 황 회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과 얽힌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회장은 KT의 경영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민영화 후 처음으로 연임 임기까지 채우는 CEO가 될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황 회장이 민간 기업 출신이란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화재로 상황이 반전됐다. 가장 큰 성과였던 경영 정상화가 사실은 과도한 인력 감축 등의 결과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황 회장으로서는 화재 사태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가 지난해 말 세계 첫 5G 상용화를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 했던 계획에도 찬물을 끼 얹은 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새로운 변수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수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가져갔던 관행이 세간의 비판을 받게 되면서 황 회장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