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안 논란] 더 내고 늦게 받는 연금에 '들끓는 민심'
2018-08-13 19:46
복지부, ‘고정 아니면 폐지’ 국민연금 여론 불신에 흑백논리 갇혀
국민연금 운영방안 조정에 대한 논란이 정부 노력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고정 아니면 폐지’ 방향으로 치닫는 상황에 이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정책 추진까지 주문했다. 복지부로선 국민연금을 두고 ‘진퇴양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보도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가 복지정책의 중요 목표인데, 마치 정부가 정반대로 대책 없이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등의 방침을 논의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진 연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 대책 마련과 국회 입법과정에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여론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13일 청와대 사이트에 따르면, 이달에만 ‘국민연금’과 관련한 국민청원 수는 1780여건이다. 국민청원 상당수는 정부가 국민연금 운영방안을 조정할 것으로 예고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정부는 5년마다 실시되는 국민연금재정계산에 따라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4차 재정추계 작업을 진행했으며,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재정안정·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 상태다.
국민연금 운영방안 조정 소식에 여론은 부정적으로 대응했다. ‘돈을 더 내야 하느냐’, ‘더 늦게 받게 되느냐’ 등 각종 지적이 잇따랐고, 급기야 국민청원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론에 이어 촛불집회까지 등장했다. 한 국민연금 폐지 청원 글에는 6000여명이 참여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박능후 장관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자문안은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여론 수렴과 논의과정을 거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낸 돈보다 더 받게 설계돼있어 더 내면 더 받을 수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론 간 갈등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만 더해지고 있다. 이는 정부 입장과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이 동떨어져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국민청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장 빚을 안고 있거나 소득이 적어 보험료가 극히 부담스러운 가구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이 길어지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들 사이에서 국민연금을 선택가능한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직으로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가구의 경우 국민연금은 그저 짐만 될 뿐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때문에 더 받는 것은 필요 없으니 그간 낸 돈만이라도 돌려달라는 국민청원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안정을 위해 자문안을 수용하게 되면 향후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저항과 반대로 비난여론에 휩싸일 수 있다.
반대로 자문안에 대한 여론과 국민 반응을 수용해 제도 조정을 최소화하게 되면 국민연금 재정안정에 대한 부담과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오는 17일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논의된 ‘자문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각계 이해당사자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협의 등을 거쳐 내달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다. 이 계획은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되며, 이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 과정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