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고 덜 쓰는’ 거래소 잉여금 2조 놀린다
2018-07-25 06:00
한국거래소가 '더 벌고 덜 쓰는' 바람에 사상 처음 잉여금을 2조원대로 불렸다. 이렇게 노는 돈을 제대로 일하게 한다면 자본시장에 더 많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거래소가 내놓은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익잉여금은 2017년 말 현재 2조1093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1조9904억원보다 6% 가까이 늘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1073억원에서 1655억원으로 54%가량 증가했다.
거래소가 정기예금 같은 단기금융상품에 넣은 돈은 2017년 말 1조1393억원에 달했다. 1년 전 9105억원보다 약 25% 많아졌다. 사실상 잠자는 돈이 해마다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사(증권·선물사)는 거래소 지분을 86% 이상 보유한 가장 큰 주주다. 한국증권금융(4.1%)과 중소기업진흥공단(3.0%) 및 한국금융투자협회(2.1%)도 출자했다. 이런 주주 구성을 감안하면 배당 확대는 자본시장 유동성을 늘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가 배당을 아끼는 대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외국기업 상장유치에 쓰는 해외시장개척비는 해마다 25억원 안팎으로 잉여금 대비 0.1%도 안 된다. 연구개발비도 2016년 29억원에서 이듬해 8억원으로 70% 넘게 줄었다.
상장정책이나 배당성향은 정권이나 거래소 이사장을 바꿀 때마다 들쑥날쑥했다. 실제로 배당성향은 2014년만 해도 50%에 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계 상장사가 번번이 퇴출당하는 바람에 상장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해 경쟁력을 키우려던 계획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거래소가 금융위원회에서 관할하는 준공기업이라는 점도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꼽힌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참가자가 바라는 바를 반영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시장참여자가 제기하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