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본 척 만 척` 강아지 부른 주문은?
2018-06-21 12:00
[노트펫]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보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반려견도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 보호자가 불러도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구름이의 보호자 선희 씨가 사용한 방법은 아빠가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자다가 아빠가 왔다는 얘기에 반쯤 감긴 눈을 비비고 일어났던 어릴 적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이 강아지의 마음이 이해될지도 모른다.
선희 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얼굴 보고 싶은데 방에서 잠만 자길래 (아빠 왔다고) 거짓말 해서 불러냈다"며 영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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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리둥절하던 구름이는 실제로 아빠가 돌아온 게 아님을 깨닫고 실망한 표정이지만, 선희 씨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선희 씨는 '노트펫'과의 인터뷰에서 "아빠를 반긴다기 보다는 아빠의 농도 짙은 양말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빠가 퇴근하면 잠시 반기다가, 양말을 물고 매달리며 달라고 조른다는 것이다.
아빠가 양말을 벗어주면, 구름이는 양말에 밴 아빠 냄새를 자기 몸에 묻히고 싶은지 양말에 등을 비비고 구른다. 선희 씨는 "신기한 건 내 양말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름이가 선희 씨 양말에는 반응하지 않아서일까. 선희 씨는 "강아지들이 지렁이, 고양이 똥 냄새를 좋아한다는데 아빠 발냄새가 그런 류의 냄새에 속하는 걸로 추측된다"며 질투를 내비쳤다.
구름이는 양말을 비비며 웰컴 세리머니를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방석으로 돌아가는 쿨함까지 겸비한 매력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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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의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한 선희 씨의 인스타그램 |
선희 씨의 인스타그램은 구름이가 나오지 않은 사진을 찾기 힘들 정도다. 거의 매일 구름이의 소식을 올리고,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업로드하기도 한다. 이렇게 애틋한 둘의 만남은 3년 전 시작됐다.
지난 2015년 5월 23일 선희 씨 가족은 가정견 위탁분양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름이를 처음 만났다. 그 곳에는 말티즈 3마리가 함께 울타리에 있었다.
그 중 가장 크고 건강해 보이는 구름이를 자세히 보려고 꺼내자 구름이가 선희 씨의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고. 선희 씨는 "구름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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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의 유학파 인증샷 |
구름이는 반려견 치고는 흔치 않은 '유학파'다. 아빠의 출장 때문에 6개월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구름이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 '클라우드(Cloud)'란 미국 이름도 갖고 있다.
미국에 막 도착했을 때는 처음 보는 백인이 낯설었는지 백인만 보면 짖는 등 인종차별이 심했다. 그런가 하면 산책할 때는 길 건너편에 있는 동양인을 알아보고 아빠인 줄 알고 달려가려고 해 난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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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 자세가 특기라는 구름이 |
유학생활 덕분인지 구름이는 3개 국어를 알아듣는다. 구름이는 "배고파?" "헝그리(hungry)?" "으얼러마(饿了吗)?" 등을 모두 알아듣는다. 모두 배고프냐는 뜻의 한·미·중 3개 국어다. 이 단어들만 들으면 왕왕 짖으며 반응한다는데, 유창한 회화 실력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어디 가도 굶지는 않을 수준이다.
오늘 밥은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구름아, 어디서 양말 냄새 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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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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