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ORSA 도입 촉박, 당국 가이드라인 언제쯤?
2018-03-26 17:58
올해부터 3년 운영해야 내부모형 승인 기준 충족
보험사들이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wn Risk and Solvency Assessment, 이하 ORSA)' 도입에 착수했다. 금융 감독당국 공지 일정에 의하면 올해부터 실제 운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감독당국이 ORSA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해 보험사들이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보험사들은 ORSA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농협생명‧손보는 지난해부터 도입 논의를 시작했고, IBK연금보험 등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도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여타 보험사들도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ORSA는 보험사 스스로 비계량위험 평가 및 위기상황 분석 결과를 감안해 내부 요구자본을 산출토록하고, 리스크 관리 취약점을 발굴해 이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ORSA를 도입할 것을 각 보험사에 권고한 상태다.
최근 보험사가 ORSA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리스크 관리 고도화 측면보다는 내부모형 승인을 받기 위한 측면이 크다. 내부모형은 보험사 경영전략과 규제자본과의 직접 연계를 위해 회사 스스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해 요구자본을 산출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각 보험사가 감독당국에 자신만의 내부모형을 승인받게 되면 건전성 규제로 현행 지급여력(RBC)제도와 함께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자본확충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금감원 '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에서 가산점도 받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다만 보험사가 내부모형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ORSA를 최소 3년 동안 운영해야 한다. 2021년 IFRS17 도입에 앞서 내부모형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부터 제도 운영에 착수해야한다는 의미다. 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 부담이 심각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ORSA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업무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ORSA 세부지침에 모호한 점이 많아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하루 빨리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언제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할지는 확실치 않다. 금감원은 종전까지 신지급여력제도(K-ICS) 완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 탓에 ORSA 가이드라인에 관심을 쏟지 못했다. 최근에는 금감원 임원들이 교체된데 이어 최흥식 금감원장까지 사임하는 등 인사 문제가 많아 가이드라인 등 필수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매년 이사회에 ORSA 도입에 대해 보고를 하고 있으나 운영기준이 없어 형식적인 보고에 그치고 있다"며 "IFRS17 시행 이전 3년 운영 요건을 채우고 싶지만 금감원이 내부 문제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어 언제쯤 ORSA 도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경영진이나 이사회 등은 ORSA 도입에 관심도 많고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세부적인 운영지침이 없어 운영을 못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이 하루라도 빨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