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임원인사, 식품BU 왜 저조했을까
2018-01-29 09:01
롯데그룹이 최근 식품 부문(BU, Business Unit) 소속 주요 계열사 수장들을 교체했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이재혁(65)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그룹 부회장인 식품BU장으로 승진시킨 후 1년만이다.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식품 계열사들이 2018년 인사에서 다른 BU에 비해 임원 승진자가 적어 내부적으로 씁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서는 39개 계열사, 총 200여명이 승진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식품BU에서도 승진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롯데제과 신임 대표이사로 민명기 건과영업본부장이 부사장 승진과 함께 선임됐다. 롯데지알에스(GRS)는 남익우 롯데지주 가치경영 1팀장이 대표이사 전무로 직급 상승했다.
두 회사 대표 교체는 실적과 맞물린 조치란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제과와 롯데지알에스는 기존 대표들이 5년간 연임해온 곳이다. 직급은 부사장, 전무지만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CEO 장수 계열사다.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추정치)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매출 1조7880억원, 영업이익 860억원이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32.8%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롯데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해외법인 등 수익이 나는 투자 부문이 지주사로 넘어간 영향이 크다. 증권업계는 제과가 지주사로부터 해외법인을 되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전까지 이익을 끌어올리는 게 신임 민명기 대표의 가장 큰 임무다.
나머지 계열사도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롯데지알에스 매출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다. 영업이익은 2015, 2016년 연속 적자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매출이 1조8178억원으로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18.3% 줄었다.
때문에 이재혁 부회장이 식품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 분야인 음료와 주류에 집중하는 반면 외식, 가정간편식(HMR) 등에는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78년 롯데그룹으로 입사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리아,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두루 거쳤다. 이 가운데 롯데리아 대표직은 단 2년 머물고 노일식 전 대표로 교체됐다.
부회장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도 그가 주도한 맥주 신제품 ‘피츠’ 행사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클라우드 후속작 피츠는 현재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실패냐 성공이냐의 의견이 분분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증권사 추정치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3948억원, 영업이익 804억원이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 증가, 영업이익은 46% 감소한 수준이다. 피츠 마케팅 관련 비용 지출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식품 계열사 한 관계자는 “사실 실적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특별히 좋은 성과도 없다는게 문제 아니겠느냐”며 “내부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