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차이나 프리즘] 中, 건전 기부문화 뿌리내릴까
2018-01-11 11:00
윤성혜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법학 박사)
구세군의 종소리, 사랑의 열매 모금, 연탄 배달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 활동은 우리 사회의 흔한 연말연시 풍경이다. 타인을 위해 대가 없이 경제적 원조를 하는 기부행위, 곤경에 처해 있는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선행 등은 자발적 행위로 사회나 제도로 강제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선 행위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에 이를 사회 전반에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매년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기부지수는 △금전적 기부 △자원봉사 시간 △낯선 사람을 도와준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산출한다. 기부지수 순위에 근거해 그 국가 국민의 선행 정도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 국가의 전반적 기부문화를 엿볼 수는 있다.
2017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39개국 중 62위, 중국은 138위를 차지했다. 두 국가 모두 하위권에 랭크되면서 기부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미국과 함께 이른바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지수가 아직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론 미얀마, 인도네시아, 케냐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꼭 국가의 경제력과 기부지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기부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경제적 여유가 기부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중국에서 기부문화가 잘 정착되고 있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선행을 베풀다 오히려 나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난징(南京)에서 중국을 ‘무정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촉매제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승강장에서 쓰러진 노인을 병원에서 치료 받도록 도와 준 한 노동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1심 재판부로부터 4만 위안(약 655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선행이 악행으로 변질되는 사건이 그 이후로도 계속 발생하면서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다. 중국인의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향후에도 중국에 기부문화가 정착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원촨(汶川)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중국은 자선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당시 중국의 자선 사업이나 기부는 제도권 안에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여 성금을 내고 싶어도 고율의 세금과 법적 제한 등으로 쉽지 않았다. 중국은 자선 사업을 발전시키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자선법(慈善法)’을 제정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 정식으로 발효됐다.
자선법의 제정은 민간자선 단체의 모금 및 운영에 따른 제약을 완화시켰고, 기부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중국 자선사업 부흥의 도화선이 됐다.
2016년 9월 1일 자선법이 발효된 후, 그해 말까지 708개 조직이 자선 사업 등록을 마쳤으며, 22개 조직에 자선신탁을 신청했다.
민정부(民政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사회 기부금 총액은 827억 위안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액을 모금하기도 했다.
자선법을 근거로 중국은 신흥부호들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선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 중국 대표 IT 기업인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기부해 자선 단체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6년 12월 선전(深圳)에서는 백혈병에 걸린 12살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Wechat) 모멘텀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녀를 돕는 모금이 시작됐고, 약 200만 위안이 소녀의 아버지한테 전달됐다.
그러나 소녀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까지 있어 병원비 자기부담금이 3만6000위안 정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딸을 팔아 돈벌이를 한 아버지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녀의 아버지가 전달 받은 모금액을 돌려주고 사죄하면서 본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중국에서의 기금모금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또 2017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펀베이처우(分貝籌)라는 SNS 기부금 모금 행사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이 행사는 1위안으로 기부자와 같은 생일을 가진 이들의 운명을 바꾼다는 모토로 진행됐다.
그런데 기부자와 생일이 동일한 빈곤학생이 다른 생일을 입력해도 나타나면서 기부자들이 주최 측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됐다. 펀베이처우 측은 아직 테스트 단계여서 정보 전달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단순한 기계 오작동으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선법이 제정되면서 자선 사업에 활기가 돌고, 인터넷 및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이미 이에 따른 ‘기부포비아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서인지 중국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향후에는 한·중 양국 모두 인간의 선량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선행위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의 관리·감독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기부자와 수혜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과 중국을 기대한다.
구세군의 종소리, 사랑의 열매 모금, 연탄 배달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 활동은 우리 사회의 흔한 연말연시 풍경이다. 타인을 위해 대가 없이 경제적 원조를 하는 기부행위, 곤경에 처해 있는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선행 등은 자발적 행위로 사회나 제도로 강제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선 행위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에 이를 사회 전반에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매년 ‘세계기부지수’를 발표한다. 기부지수는 △금전적 기부 △자원봉사 시간 △낯선 사람을 도와준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산출한다. 기부지수 순위에 근거해 그 국가 국민의 선행 정도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 국가의 전반적 기부문화를 엿볼 수는 있다.
2017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39개국 중 62위, 중국은 138위를 차지했다. 두 국가 모두 하위권에 랭크되면서 기부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미국과 함께 이른바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지수가 아직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물론 미얀마, 인도네시아, 케냐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꼭 국가의 경제력과 기부지수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기부지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경제적 여유가 기부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중국에서 기부문화가 잘 정착되고 있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선행을 베풀다 오히려 나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6년 난징(南京)에서 중국을 ‘무정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촉매제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승강장에서 쓰러진 노인을 병원에서 치료 받도록 도와 준 한 노동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1심 재판부로부터 4만 위안(약 655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선행이 악행으로 변질되는 사건이 그 이후로도 계속 발생하면서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다. 중국인의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향후에도 중국에 기부문화가 정착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원촨(汶川)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중국은 자선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당시 중국의 자선 사업이나 기부는 제도권 안에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여 성금을 내고 싶어도 고율의 세금과 법적 제한 등으로 쉽지 않았다. 중국은 자선 사업을 발전시키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자선법(慈善法)’을 제정하기 시작했으며 2016년에 정식으로 발효됐다.
자선법의 제정은 민간자선 단체의 모금 및 운영에 따른 제약을 완화시켰고, 기부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중국 자선사업 부흥의 도화선이 됐다.
2016년 9월 1일 자선법이 발효된 후, 그해 말까지 708개 조직이 자선 사업 등록을 마쳤으며, 22개 조직에 자선신탁을 신청했다.
민정부(民政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사회 기부금 총액은 827억 위안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액을 모금하기도 했다.
자선법을 근거로 중국은 신흥부호들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선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 중국 대표 IT 기업인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기부해 자선 단체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6년 12월 선전(深圳)에서는 백혈병에 걸린 12살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Wechat) 모멘텀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녀를 돕는 모금이 시작됐고, 약 200만 위안이 소녀의 아버지한테 전달됐다.
그러나 소녀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까지 있어 병원비 자기부담금이 3만6000위안 정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딸을 팔아 돈벌이를 한 아버지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녀의 아버지가 전달 받은 모금액을 돌려주고 사죄하면서 본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중국에서의 기금모금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또 2017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펀베이처우(分貝籌)라는 SNS 기부금 모금 행사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이 행사는 1위안으로 기부자와 같은 생일을 가진 이들의 운명을 바꾼다는 모토로 진행됐다.
그런데 기부자와 생일이 동일한 빈곤학생이 다른 생일을 입력해도 나타나면서 기부자들이 주최 측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됐다. 펀베이처우 측은 아직 테스트 단계여서 정보 전달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단순한 기계 오작동으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선법이 제정되면서 자선 사업에 활기가 돌고, 인터넷 및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이미 이에 따른 ‘기부포비아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서인지 중국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향후에는 한·중 양국 모두 인간의 선량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선행위가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의 관리·감독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기부자와 수혜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은 한국과 중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