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DOWN]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제약사’ 딱지에 正道 벗어난 이분

2018-01-03 08:14
의료진용 홍보물, 버젓이 병원 환자대기실 배치 '물의'
사업다각화 서두르다 도덕성 타격.. 파트너사 입지 '흔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광동제약 제공]


‘정도경영’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던 오너 2세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에게 뒤로는 불법 마케팅을 일삼는 CEO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됐다. 제약업계 세대교체를 대표하는 젊은 CEO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더 이상 정도경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긴 어려워졌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초 경영방침으로 ‘정도경영과 핵심가치 확립’을 제시했다. 슬로건도 ‘혁신 2017! 새로운 광동!’으로 정했다. 그러나 최근 광동제약은 의약품 판매 과정에서 불법 마케팅을 벌이다 적발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광동제약은 의료진만을 대상으로 제작된 비만약 홍보물을 병원 내 환자 대기실에 비치토록 해 환자들이 홍보물을 보고 직접 제품을 인지하도록 유인했다. 해당 제품은 전문의약품으로 환자를 상대로 한 직접 광고가 불가능하다.

광동제약은 제약사로서 해선 안 될 불법 마케팅을 제품 판매에 활용하면서 기업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지난해 ‘정도경영’을 강조했던 최 부회장으로선 오너 리더십과 도덕성 등에 대한 재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는 광동제약에 오랫동안 ‘제약사’ 자격 논란을 일으킨 기이한 매출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광동제약 매출은 생수 ‘삼다수’가 29.1%,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제품이 28.2%를 차지한 반면, 의약품 매출은 10% 내외에 그쳤다.

때문에 광동제약은 ‘제약’이라는 회사명에 걸맞은 매출구조가 요구돼왔다. 계열사를 포함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의약품 부문 매출 확대가 반드시 요구됐다. 광동제약은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 주도하에 타사 의약품 판권을 확보해나가면서 빠른 사업다각화를 노렸다.

2014년 영국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의약외품 공동판매로 연을 맺은 광동제약은 2015년 백신 8개 제품, 2016년 백신 1개 제품과 전문약 다수 제품으로 공동판매 범위를 확대했다. 앞서 언급된 비만약도 미국 제약사로부터 국내 판권을 얻어 출시했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출시에도 열을 올렸다.

그러나 성과는 비교적 미진했다. GSK 백신 공동판매 이후 백신류 제품이 의약품부문 매출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자체 제품이 취약한 영업구조만이 드러났을 뿐, 의약품 부문 매출이 광동제약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비만약 역시 미국 현지 점유율 1위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 달리 매 분기 매출액이 10억원대로 밑돌면서 경쟁 제품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선 타제약사에 비해 의약품 사업경험이 부족해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이 시기에 드러난 불법 마케팅은 사업다각화로 ‘제약사’ 딱지를 노린 광동제약이 겪은 부담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면이 될 수 있다. ‘제약사’가 되기 위해 급하게 먹은 ‘과일’은 오히려 ‘독’(毒)이 됐다.

특히 광동제약은 전문의약품 사업 확대를 위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면서 GSK, 동아에스티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파트너사로서의 입지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