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이슈] 고대영 사퇴 가를 방송법 개정안 '미궁 속으로'

2017-11-15 17:20

KBS 복수노조 중 하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파업이 15일로 72일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고대영 KBS 사장이 자진사퇴 조건으로 내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 수 싸움이 치열하다.

고 사장은 지난 8일 현재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KBS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 정치권이 방송 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KBS노조는 10일 0시부로 파업을 중단했다.

고 사장의 자진사퇴 여부를 가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애초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그간 법안 처리를 외면했던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까지 내놓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노조원의 질문에 눈을 감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KBS 사장 추천하는 '이사회 구성'이 핵심

논란의 핵심은 'KBS 사장을 추천하는 KBS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먼저 현재 방송법은 KBS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행법에 따르면 KBS의 사장은 KBS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KBS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통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은 국회가 추천한다. 국회 추천 몫 가운데도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명을 추천, 그 외 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한다. 방통위의 정부·여당 추천 몫이 절반 이상인 셈이다.

이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62명은 지난해 7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고 사장이 자진사퇴 조건으로 내세운 방송법 개정안 역시 바로 이 법안이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KBS이사회 여야 비율 7대 6 개편 △사장 임면제청 시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때 의결) △중립적인 사장 추천위원회 마련 △노사 동수(5명) 편성위원회 구성 등이다. 결국 KBS 이사회 여야 비율을 완화해 여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것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국민이 KBS 이사를 추천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내놨다.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해 분야별로 균형있게 선정한 이사추천위원회 200명은 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공개 면접을 실시해 적격성을 평가하고, 투표를 통해 다득표 순으로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공영방송장악 및 북핵압박 UN 결의안 기권 규탄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與 "방송 정상화 먼저" vs 野 "내로남불"  

한국당도 역공에 나섰다.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지난 2일 일제히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현재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방송법을 강력히 추진했던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강효상 의원을 비롯한 25명의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0일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시도지사협의회와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신문협회,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 10개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가 KBS 이사가 되도록 했다.

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약해보여 새로운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공영방송에 정치적인 색깔과 영향력을 다 빼자는 게 저희 당론이고, 그 당론에 기초해 법안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 시각차가 워낙 커서 타결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하면 불가능하다고 보지않는다"라며 "결국 의지의 문제로, 민주당에도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손을 떼게 하자는 데에 찬성하는 의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보다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눈앞의 목표가 당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의 흐름을 봐야 한다"며 "과거 방송이 비정상화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을 땐 민주당과 야 3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그러나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방송사가 파업에 들어갔고, 현재 일 순위 당면과제는 파행되고 있는 방송사를 빨리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에 여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공영방송이 정상화되는 기점에서 개정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