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영업력 늘린다던 손보사들, GA 의존도만 늘어

2017-10-15 19:00
-현대해상 등 6곳 비중 50% 넘어

[사진=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사의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합 손보사의 60%가 실적의 절반 이상을 GA 채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들은 자체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GA에 기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GA 의존도가 여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GA가 손보사의 '갑(甲)'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전체 원수보험료 중 GA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7%로 지난해 말 43.61% 대비 1.96%포인트 늘었다. GA 채널 비중은 지난 2014년 41.66%를 기록한 이후 매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10개 종합 손보사 중 롯데손보(7.3%포인트)와 현대해상(6.25%포인트)의 GA 채널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그 결과 현대해상은 GA 채널 비중이 60%를, KB손보·MG손보·메리츠화재·동부화재·흥국화재 등 5개사도 GA 채널 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GA 채널 비중이 줄어든 곳은 삼성화재(2.03%포인트) 한 곳뿐이었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손보사들의 경영전략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손보사는 지난해와 올해 기업설명회(IR)를 통해 GA 채널보다는 임직원과 설계사 등 자체 채널의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전체 원수보험료 중 자체(임직원·설계사 합산)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3.44%를 기록해 지난해 말 45.25% 대비 1.81% 줄었다. 자체 영업력이 강화되기보다 GA 채널 의존도만 확대된 셈이다.

손보업계에서는 단기 영업성과에만 매달리는 관행 탓에 GA 채널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육성하기 어렵고 시간도 걸리는 자체 채널에 힘을 쏟기보다 당장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GA에 신경을 쓰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행 탓에 GA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손보사들은 GA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도한 판매 보상을 약속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경우 손보사의 수익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GA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손보사를 상대로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 GA가 손보사의 수수료 체계 등에 간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형 GA가 연합한다면 손보사의 시장점유율 순위마저 뒤바꿀 수 있을 지경"이라며 "이렇다보니 보험대리점이 갑의 입장에서 손보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손보사들이 GA 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향후 규제나 환경 변화로 GA 채널의 영업력이 약화되면 손보사의 실적도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 영업력이 없이 GA에 의존하게 된다면 결국 GA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자칫 GA가 흔들릴 경우 같이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