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 노심초사 배터리업계

2017-10-02 16:05

삼성SDI가 지난달 12일 열린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다기능 팩과 Low Height 팩 등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삼성 SDI 제공]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 리튬, 니켈 등의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코발트 가격 상승에 니켈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이며 대응해 왔는데, 이제 니켈마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은 연초 대비 82% 급등했다. 리튬 가격은 최근 올해 초보다 약 17% 상승했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180% 넘게 상승한 수치다. 니켈은 최근 3개월 새 약 20%가량 올랐다.

니켈은 9월말 기준 톤단 1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코발트는 톤당 6만달러를 넘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혼합한 리튬 산화물(NCM)을 배터리 양극재로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들은 그간 가격 상승 폭이 큰 코발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낮은 니켈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기존보다 20% 포인트 가량 올린 NCM811(니켈 80%, 코발트·망간 각각 10%씩 혼합한 양극재)배터리를 내년 3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었으며, LG화학 역시 지난달 전기차용 NCM811을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 SDI는 NCM811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적용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니켈의 가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지면서 니켈의 비중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배터리 업계의 계획이 틀어졌다. 니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고, 2차전지에 사용 가능한 니켈이 전체 니켈 중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원자재 계약은 장기로 하기 때문에, 니켈 가격 급등이 당장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동반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상승이 이미 상당한 상태에서, 니켈 등 또 다른 원자재의 가격 급등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향후 수급처 다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원자재 부족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칠레 생산진흥청이 진행한 리튬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해, 1차 선정사 7개 중 한 곳에 포함됐다. 이번 사업은 칠레 아타카마 지역의 염호를 개발해 리튬을 생산하는 것으로, 최종 낙찰 시기는 내년 1월로 예상된다. 이번 개발 사업에 최종 선정될 경우 삼성SDI는 칠레 리튬 광산에 대한 개발권을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생산을 위해서는 정부가 원자재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 광산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원개발, 수급처 확보 등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고, 그에 따른 배터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업계의 기술 개발과 더불어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