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화' 강조할 때마다 '도발'로 화답한 북한…'운전자론' 입지 좁아지나
2017-08-29 15:44
'강력한 응징'으로 급선회한 文대통령…'무력시위' 단호 지시
우리 정부가 대화를 강조할 때마다 북한이 보란 듯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북한이 일단 협상보다는 핵·미사일 고도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만큼 '베를린 구상'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서게 됐다. 특히 '제재·대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지난 26일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을 때 청와대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항의하는 연례적인 '저강도 도발'이라고 밝혀 상황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 이상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문 대통령은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다음 달 풍계리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거리 미사일 도발은 그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도발로 판단하고, 독자·양자·다자적 외교수단은 물론 군사적 대응카드까지 동원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는 기조는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대화 국면' 전환을 위한 모멘텀을 살려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임명장을 수여한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게도 “북방경제협력위는 우리와 러시아의 경제협력뿐 아니라 남·북·러 간 삼각협력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 처음 만든 위원회”라며 “동북아 북방경제의 새 지평을 여는 일은 통일의 지름길이기도 하므로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는 당분간 접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화) 제의는 (압박·제재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양날개처럼 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화가 가능한) 상황을 저쪽(북한)에서 만들지 않으면 여기(우리 정부)도 대응하고 조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한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전술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있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도 있는데 그 국면은 계속 요동치며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화 통화를 갖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력 규탄했지만, 정작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를 하지 않았다.
또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기로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독자제재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28일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는데 그쳤다.
야권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북한이 핵무장의 길로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며 “문재인 정부는 낭만적인 대북대화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한·미 간 협조는 삐걱거리고 청와대는 메아리 없는 대화에만 목을 매면 국민은 어떻게 믿고 살겠느냐”고 꼬집었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부가 베를린 선언과 대북 대화에 집착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