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회사 체제 전환 첫발

2017-08-30 07:47
4개사 분할·합병안, 주총서 압도적 가결

롯데쇼핑의 심장부 격인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첫발을 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2015년부터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주회사 설립을 천명해 왔다.

2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계열사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의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그룹은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연 4개 계열사에 관해  투자(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 중 4개 투자회사를 다시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합병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0월 1일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게 된다.

분할합병 비율은 각각 △롯데제과 1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분할합병 기일은 10월 1일이며 4개 회사의 주식은 오는 10월 30일께 유가증권시장에 변경상장 절차를 거쳐 거래가 재개된다. 롯데지주의 주식도 같은 날 변경상장 및 추가상장 절차를 거쳐 거래를 재개한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의 경영평가 및 브랜드 관리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장기적으로 현재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와 분할·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지주회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지탄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의 추진은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작업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는 2015년 기준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7월 기준으로 67개까지 줄였다. 이날 분할합병이 통과되면 다시 순환출자를 정리할 수 있게 돼 남은 고리는 18개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높아지며 롯데의 일본 기업 이미지도 어느 정도 희석될 것이란 평가다.

이날 롯데 4개사의 분할합병안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일부 소액주주들과 갈등이 예견됐다. 실제로 이날 롯데제과 본사 7층에서 진행된 주총 현장에서는 주주들이 위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이 출석하고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날 안건은 참석 주주로부터 압도적 찬성표를 받아 모두 통과됐다. 계열사별 찬성률은 롯데제과 86.5%, 롯데쇼핑 82.2%, 롯데칠성음료 88.6%, 롯데푸드 96%로 각각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