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52시간 단축’, ‘퇴근 후 카톡 금지’ 연내 처리 '청신호'...고용부 국회 통과 사활

2017-08-28 15:10
28~29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사진=아주경제DB]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퇴근 후 카카오톡 업무 지시 제한 등을 다룬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전망이다. 버스운전사 등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허용되는 '특례업종' 수를 줄이는 법안도 탄력을 받게 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28~29일 국회에서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관련법 개정안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노동친화적인 문재인 정권을 등에 업은 정부와 여당은 올해내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노총 출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민주노총 출신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등 두 장관급 인사 모두 노동계 지지를 받고 있어 개정안의 연내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환노위 법안소위에서는 여야 모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정안이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돼 있다는 점, 바뀐 노동환경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점 등을 들어 정부는 연내 처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모두 근로시간 단축이란 큰 틀에 뜻을 같이 하면서 지난해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방식과 이행시기 등 세부적 사안에 이견이 커 국회 계류 중이다.

현재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8시간 특별연장근로 4년간 허용 여부, 휴일근로 할증률(50% 또는 100%) 적용, 탄력근로제 확대 등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으며 여전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근로시간은 길지만,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한국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취업자 한 명의 1시간 노동생산성은 31.8달러로, OECD 35개 회원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버스여객·화물운송 등 운수업의 특례업종을 제외하는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최근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잇따라 대형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제한이 없다시피 한 근무시간으로 인한 운전기사의 과로에 있다고 보고,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무 지시를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도 청신호가 켜졌다.

개정안은 업무가 끝난 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전화나 문자 메시지, SNS 등을 통해 업무 관련 지시를 못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무 지시에는 부서장의 직접적인 지시뿐 아니라, 단체 채팅방을 통한 간접적인 지시도 포함된다.

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업무지시를 내릴 때는 이를 연장근로로 간주하고,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후 국회 계류 중에 있고, 지난 4일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환노위는 업무시간 외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 여건 차이도 있어 이를 법으로 일괄되게 금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소위 ‘24시간 감옥’으로 알려진 '톡 업무 지시 금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일·가정 양립 문화’‘사람이 먼저다’라는 국정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연내 처리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 업무용 톡 지시 금지 등은 잘못된 사용 관행을 바로잡는데 의의가 있다”며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개정안인 만큼 여야 모두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쟁점인 세부 내용만 잘 논의한다면 연내 처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