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부대' 사건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증거 확보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댓글부대' 수사팀은 28일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사이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법원에 추가 제출했다. 새로운 증거는 외곽팀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확보한 사이버 활동에 관한 원 전 원장의 지시나 공모에 대한 진술 등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첫 수사 당시 파악하기 어려웠던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 등을 이번에 확인한 만큼 이를 공소장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댓글부대'로 알려진 사이버 외곽팀은 원 전 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말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에서 운영된 대규모 여론 조작 조직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실체가 드러났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팀장 30명과 팀원들이 최대 3500개의 ID를 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검찰은 사이버 외곽팀장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지난 23일과 25일 외곽팀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세 번째다. 댓글팀과 연관된 정황이 있는 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단체인 '선진미래연대' 조직국장과 육해공군해병대예비역연합회의 양모 회장, 늘푸른희망연대 차미숙 대표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변철환 전 대변인 등 10여명이 소환됐다. 검찰은 이들 단체가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국정원의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다만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오는 30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변론재개 신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 전 원장의 선고 공판 생중계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원 전 원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모두 실시간 중계에 동의하지 않았고, 촬영을 허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변론이 재개되면 재판이 원 전 원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검찰이 기존 혐의에 대한 증거 보강은 물론 기존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 예산 횡령 혐의도 추가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의 재판은 지난 2014년 시작됐다. 2015년 7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