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법안 톺아보기] 이종구 "당당하게 세금내고 복지 혜택 누려야"
2017-08-27 19:00
출범 100여 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를 정의하는 단어들 중 하나는 '증세'다.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등 이른바 부자들을 향한 '핀셋증세' 방안이 뜨거운 감자다.
헌법 3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는 소득의 형편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잇따라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2.4% 수준이었던 면세자 비율은 2015년 46.8%를 기록했다. 약 1700만명의 근로자 중 무려 800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35%), 호주(23.1%), 캐나다(22.6%), 독일(19.8%), 일본(15.8%) 등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소득세법 개정의 여파다. '월급쟁이 증세' 비판에 각종 공제 혜택을 늘리면서 면세자 비율은 대폭 늘었다.
근로소득세 최저한세를 도입, 과세 형평성 제고 및 조세 정의 확립 등을 실현한다는 게 발의 취지다. 최저한세란, 소득이 있는 납세자가 공제나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뜻한다.
총 급여 2000만원을 초과(최저임금 대상 제외)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적용 후 최소한 월 1만원씩 연 12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한 세수효과는 연평균 2263억원, 5년간 1조131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나"라며 "당당히 세금을 내고 필요한 복지정책을 시행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도 2015년 면세자 축소 대책을 조세소위원회에 제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공감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조세저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저소득자에 대한 증세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달에 만 원, 1년에 12만원이면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은 향후 '중부담-중복지' 논의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인상키로 했고, 3~5억원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가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경우, 검토해보겠다는 여지도 남겨뒀다.
이 의원은 "소득세 최고구간이 신설될 경우 해당 구간 납세자의 한계세율은 42%나 된다. 재산세, 4대 보험 부담을 감안하면 50%를 초과할 수도 있다"면서 "세율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세정의 효율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을 시작으로 면세자 비율이 30%로 떨어지도록 각종 공제제도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