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법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1심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며,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재판 약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 36분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사복 정장 차림에 노란색 서류 봉투를 들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평소 재판을 받을 때와 별 차이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법원에 들어섰다.

그의 표정과는 달리 법원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원 경비 인력은 오전부터 외부에서 재판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통제하고 있다.

출입구 앞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약 20명의 경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0여명 이상의 취재진이 모여들어 이날 재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일본의 NHK 등 주요 외신들도 취재 현장에 나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실시간으로 본국에 전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방청권에 당첨된 일반 시민들도 속속 도착했다. 지난 22일 방청권 응모에서 응모 번호 1번으로 당첨돼 방청권을 받았던 김종우(76·남성)씨는 "오늘 재판을 보기 위해 1시경에 도착했다"며 "세기의 재판을 방청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엮어서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잘못된 부분을 반성하고 사죄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형이 나오더라도 향후 사면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 방청권 추첨에는 45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선고 공판은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선고 공판은 공소사실이 많고 쟁점이 복잡해 최소 1시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장은 먼저 공소사실별 유·무죄 설명에 나선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면 피고인별 책임 범위도 설명해야 한다. 누가 어느 과정에 개입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밝히는 일이다.

이어 유죄 부분에 대한 양형 이유를 자세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양형기준, 양형 조건과 선례를 들어 타당성을 설명하고 필요하면 법률 내용과 규정의 취지도 설명할 수 있다.

피고인별 형량인 주문(主文) 낭독은 맨 마지막에 이뤄진다. 특검이 요청한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12년, 다른 피고인들은 각 징역 7년∼10년이다.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1심 재판의 구속 만기(27일 자정)를 앞두고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반면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일단 구치소로 돌아가 개인 소지품을 챙긴 뒤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