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 댓글' 30여곳 압수수색

2017-08-23 19:03
외곽팀장 30명 중 20여명 자택 등
관련 단체 사무실 5~6곳도 포함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오전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댓글 부대로 활동한 민간인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정원이 검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23일 국정원 댓글 외곽팀장 김모씨 등의 주거지 및 관련단체 사무실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수사 의뢰된 외곽팀장 30명 가운데 정확한 신원과 주거지가 확인된 20여명의 집과 관련 단체 사무실 5~6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저장 자료와 각종 문서, 장부,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지난 21일 댓글 작성에 관여한 민간인 외곽팀장으로 의심되는 30명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이는 앞서 지난 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것이다. 당시 TF는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알파(α)팀 등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 30개를 운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버 외곽팀은 국정원 퇴직자들 모임으로 알려진 양지회를 비롯해 이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후신인 늘푸른희망연대,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자유주의진보연합, 선진미래연대, 자유한국연합, 선진미래연대 등과 같은 보수단체로 구성됐다.

검찰은 전날 본격 수사 착수와 동시에 외곽팀장 및 댓글 공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을 출국금지했다.

수사팀은 사이버 여론조작을 주도한 국정원 심리전단 관계자들과 외곽팀 활동 민간인들 사이의 금융거래 내역을 파헤치면서 관련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을 두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다가 윗선과 충돌해 수사 일선에서 배제된 뒤 지방으로 좌천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했다.

최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선 윤 지검장과 함께 국정원 정치·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합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