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18 진상규명 '확고한 의지'…특별법 제정 속도낼 듯

2017-08-23 14:23
'5·18 특별조사' 지시 의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의 출격대기 명령 여부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 부대에 광주를 향한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또 당시 전일빌딩을 향한 헬리콥터 기총 사격 사건 등 두 건과 관련한 특별조사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한 공군 조종사의 발언을 인용,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공군에 출격대기 명령이 내려졌고 전투기에 공대지 폭탄을 장착하고 이를 준비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이는 지금까지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내용 중 새로운 사실이고, 전투기를 동원한 폭격까지 계획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당시 신군부가 광주에 전투기 폭격까지 준비한 것이 사실이라면 계엄군을 투입해 광주 시민에게 총격을 가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두환 신군부는 5·18 당시 '한국이 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으로 비상계엄령을 확대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비밀문서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도 당시 계엄군의 최종 책임자였던 전두환씨는 여전히 회고록 등을 통해 북한이 5·18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폄훼·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씨는 전일빌딩 헬기 사격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하면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미국인 아널드 피터슨 목사를 가리켜 '목사가 아니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특별지시의 배경에는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등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소회를 밝히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5·18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고, 이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 20일 광주를 방문, 전일빌딩 10층에 있는 '5·18 당시 헬기 사격 추정 탄흔' 현장을 찾아가 탄흔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겠노라고 약속했고, 취임 후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즉각 승인했다. 이어 대통령의 자격으로 참석한 제37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상처를 어루만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라는 선언을 통해 광주를 역사의 중심으로 다시 세웠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추가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와 함께 5·18 진상규명, 특히 헬기 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한편, 5·18 관련 자료 폐기와 역사 왜곡을 막고, 전남도청 복원 문제도 광주시와 협의·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5·18 특별조사 지시로 진실규명은 물론 5·18 발포 명령자 등 책임자 처벌을 위한 후속조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 등 광주시민단체들은 이날 "국회도 5·18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 움직임에 발을 맞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1980년 5월 당시 국가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등을 조사해 미완의 5·18 진실을 밝혀내도록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은 지난달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는 5·18 특별법 제정 전에라도 국방부 등의 조사로 속도감 있게 밝혀낼 것은 밝혀내겠다는 의미"라며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거듭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문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한 법이 통과되면 국방부 차원의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켜 진상을 조사하든지, 아니면 민·관·군 차원의 위원회가 발족된 후 국방부가 진상규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 지 등을 검토중이다. 국방부는 5·18 관련 단체가 특별조사단 참여를 요청하면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또 국방부 주도로 ‘5·18 계엄군의 민간인 헬기 사격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법안에는 그간 미공개 분류됐던 군 기록물을 공개하고, 관련 기록물 폐기를 방지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