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불거진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의 첫 재판에서 이유미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심규홍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40·구속), 당원 이유미씨(38·구속)와 그의 남동생(37), 당 공명선거추진단 관계자인 김성호 전 의원(55), 김인원 변호사(54) 등 5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법정에는 이유미씨와 이씨의 남동생, 김 변호사 등 피고인 3인이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 등을 세우기 위한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날 네명의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남동생과 함께 거짓 제보 자료를 만든 뒤 이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유미씨만이 "범행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의 핵심 축으로 지목된 이준서 전 위원은 조작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위원 변호인은 "이유미씨를 강압해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만들게 했다는 검찰 주장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강압이 아니라 요구"란 반박에는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받아쳤다. 또 "이유미씨에게 청년위원장을 시켜주겠다, 자리를 만들어주겠다 제안한 사실도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을 맡았던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 김인원 변호사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제보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5월5일과 7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김 변호사 측은 "사실을 검증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기자회견에서도 믿을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갖고 사실을 발표했다"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어 "증거조작이라는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거의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로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의 변호인도 "최선을 다해 조작사실을 검증해왔지만 그 역시 (이 전 위원으로부터) 기만당했다"고 변론했다.

이유미씨 남동생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알고 있는 것은 5월2일부터 3일 새벽에 이르기까지 이유미의 부탁을 받고 역할극을 해서 녹음파일을 만드는 데 관여한 정도이며, 이외 다른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제보조작 사건이 사실상 이 전 위원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위원은 지난 4월 27~30일 이유미씨에게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수차례 요구하며 당 청년위원장 자리를 약속했다.

이 전 위원은 이후 이유미씨로부터 허위 카카오톡 대화 자료와 육성 대화 파일을 받아, 이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에 넘겨 공개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조작된 자료에는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파슨스 스쿨 동료 사이에 돌았다는 취지의 증언이 담겼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한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