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00일] 세법개정 따른 증시 침체 우려…"네거티브 규제로 완화 시급"

2017-08-15 06:00
개인 직접투자부담 더욱 키울것
상장사 경영악화 보완책도 필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7일로 100일을 맞지만, 정책의 핵심인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뒷받침할 자본시장 정책은 되레 뒷전으로 밀렸다.

자본시장 정책은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시장을 옥죄는 규제들만 쏟아졌다. "과연 정부가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 "자본시장 활성화는 뒷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자본시장 관련 정책 과제는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 금융권의 고액성과급 지급 관행 해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컸다.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후순위로 밀리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져 금융권 홀대론이 불거졌는데, 최근 그런 논란이 십분 이해가 된다"며 "규제 중심의 포지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할지 큰 그림은 안 나오고, 시장에 부정적 요소들만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달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는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개인들의 주식 직접투자도 더 험난해졌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긴 대주주 요건 강화 등은 개인의 직접투자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이면 차익실현 움직임이 거세진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경우 연말 중소형주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제 개편에 따른 배당 축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해로 배당소득 증대세제 혜택이 끝나면서 상장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인할 요인이 줄었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상장사들의 배당 확대 기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동휴 연구원은 "기업의 배당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등이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ISA의 비과세 한도 확대는 업계와 투자자를 배려한 것이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대책으로 평가된다. 가입 대상자가 근로자, 사업자, 농어민으로 국한된 게 개선될 점으로 꼽힌다. 
 
◆ "규제 대못 뽑는 게 급선무" 

금융투자업계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단연 '규제 완화'다. 금융투자협회도 새 정부 출범 직후 자본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금투협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야성과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규제 체계가 현행 규정 중심에서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소·중견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상장 장외시장에 대한 세제·제도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금융산업의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완화하는 등 규제체계를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능한 업무만 제한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 비해 네거티브는 불가능한 업무를 제한해 수익다변화를 꾀하는 데 유리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네거티브 시스템에 기반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 중심의 입법 시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상장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한국상장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개혁 의지도 중요하지만 자본시장의 한 주체인 상장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 연말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앞두고 상장사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