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댓글부대, 나치시대 연상” vs 野 “적폐청산 빙자 정치 보복”

2017-08-09 07:56
국정원 개혁 놓고 여야 확전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 양상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부 내각 참여자 및 전병헌(맨 왼쪽)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 양상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명박(MB) 정부 때 원세훈 국정원장 주도의 댓글부대를 향해 “히틀러 나치 같다”고 비판하자, 한국당은 즉각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수정권 9년2개월간의 적폐청산 이슈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8월 정국에서 국정원 개혁 이슈가 화약고로 부상함에 따라 여야는 9월 정기국회 일정 협상에 앞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개혁안의 핵심 쟁점인 대공수사권 폐지 및 이관 문제는 검·경 개혁과 맞물린 만큼, 검찰 개혁 등 다른 이슈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8월 결산국회는 물론, 100일간의 정기국회 일정 협의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민주당과 호남 경쟁을 펼치는 국민의당이 국정원 댓글부대 사태를 ‘탈법적 정치개입’으로 규정한 점을 감안하면, 이 국면에서는 ‘민주당·국민의당 대 한국당’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인 이철우 의원이다. 상임위 문턱부터 험로다. 이 경우 20석의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의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경악 그 자체”…한국당, TF로 맞불

여야는 이날 국정원 개혁안을 놓고 강(强)대 강(强) 구도를 펼쳤다. 2012년 총·대선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국정원 해킹 의혹 등 ‘메가톤급 정치이슈’의 한가운데 섰던 국정원의 개혁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MB정부를 ‘히틀러 나치 시대’, 원 전 원장을 나치 선동가인 ‘괴벨스’에 각각 비유하며 “양파껍질처럼 벗겨질수록 추악한 실체를 드러냈다. 경악과 공포 그 자체”라고 맹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니 히틀러 나치 시대가 아닌가 싶다”며 “원 전 원장은 국정을 사실상 나치의 게슈타포로 전락시켰고, ‘사이버 유겐트’(나치 청소년 조직)를 양성해 정치공작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문제는 이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개월 남짓한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즉각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며 “지금이 국정원 개혁의 적기”라고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이에 한국당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크스포스(TF) 활동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국정원개악저지TF’ 설치로 맞불을 놨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보복 차원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일들을 연일 진행하고 있다”며 “국정원 핵심 기능인 대공수사권 폐지 추진은 김대중(DJ)·노무현 정권 때처럼 국정원의 대북·대공 정보수집 능력을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신(新) 적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의 험로를 예고한 대목이다.
 

국정원 개혁은 해묵은 논쟁거리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국가경찰과 지방자치경찰로의 이원화 등이 필요하다. 이는 검찰 개혁의 핫이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구성과 맞물려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국정원 개혁, 檢개혁과 맞물려 난항 예고

앞서 국정원은 ‘IO(Intelligence Officer)’로 불려온 국내정보 담당관을 폐지키로 했다. 이 부분은 조직 내부규정만으로 개정할 수 있다. 문제는 법 개정 사안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과 해외안보정보원으로의 명칭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공 수사권 이관 문제는 언제 확 불이 붙을지 모르는 휘발유 같은 이슈다.

대공 수사권의 법적 근거는 국정원법 제3조1항이다. 여기에는 △형법 중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와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폐지하고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수사권을 이양하겠다는 게 여당의 안이다.

고비는 많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국가경찰과 지방자치경찰로의 이원화 등이 필요하다. 이는 검찰 개혁의 핫이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구성과 맞물려 있다. 하나가 꼬이면 실타래처럼 엉키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한국당은 국내 보안정보 수집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 ‘전면 개혁안’부터 국내파트를 개혁하는 ‘부분 개혁안’, ‘제3의 정부기구 신설안’ 등을 검토 중이다. 1차 고비는 상임위 통과다. 하지만 정보위원장뿐 아니라 법제사법위원장도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다.

국회법상 상임위원 4분의 1 동의로 개회는 가능하지만 위원장이 거부할 수 있는 데다, 이 경우 정국 경색이 불가피하다. 해당 상임위의 5분의 3 동의를 전제로 하는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은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더욱 힘들다. 이에 따라 국정원 개혁안의 키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전선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