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죄보다 중한 특경법상 '재산 국외도피죄' 적용
2017-08-07 18:39
재산국외도피 규모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 징역 10년 이상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300억원 규모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양형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박 특검이 직접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 의견을 낱낱이 밝혔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도피액 규모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재산국외도피죄'가 크게 작용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보다 무거운 혐의로, 특검 측은 삼성이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말 구입비용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77억9000여만원이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인 '뇌물공여'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재산국외도피죄에 비하면 형량이 가벼운 편에 속했다. 이유인즉슨 뇌물을 받은 사람과 달리 뇌물을 건넨 사람에게는 형량을 높게 하는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번 재판을 '이 부회장이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300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박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면서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미뤘다"며 징역 12년 구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 특검은 이어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위증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66)과 장충기 전 차장(63),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64)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한 황성수 전 전무(55)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특검은 이들 4명에 대해서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며 대응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 부회장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최종 선고 기일은 오는 25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이달 25일 오후 2시 30분에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재판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1·2심 선고 중계 규칙에 따라 TV나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