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검증] '최저임금 인상→서민 구매력 증대→경제 성장' 문재인 정부 설계에 오류?..국제통상 분쟁 우려
2017-08-03 00:00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경기 침체 장기화는 양극화 심화로 돈이 극소수 부유층들에게 집중돼 국민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구매력이 매우 낮아져 내수가 침체된 데 기인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면 이들의 구매력이 높아져 내수가 확대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의 소득 증가와 고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성공 분수령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의 경제 정책은 먼저 경제를 성장시키고 그 과실이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지게 한다는 것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은 그 순서를 바꾼 것으로 그 일환으로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된 것.
최저임금 인상의 성공 여부는 영세 업체ㆍ자영업자들의 실질적 최저임금 지급력 확보에 달려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대책이 영세 업체ㆍ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급등한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지급력을 높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고 국제통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중 사업체 규모와 부담 능력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자를 선정해 과거 추세(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 7.4%)를 상회하는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관계부처 TF를 통해 지원대상ㆍ지원금액ㆍ전달체계를 구체화해 2018년 예산안에 3조원 정도를 반영할 계획이다.
당장 국민 세금으로 민간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고 앞으로도 매년 세금으로 민간 기업 인건비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영세 업체ㆍ자영업자들 스스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있도록 영세 업체ㆍ자영업자 육성 대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적합업종 강화, ISD로 제소당할 가능성
그런데 이 중 적합업종 제도 강화에 대해 국제통상 분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민생에 영향이 큰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가 지정하고 대기업 등의 진입ㆍ확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사실상 지난 2006년 12월 폐지된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
휴지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고 가정하면 휴지를 생산하는 미국의 대기업이 우리나라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경우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이나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으로 해당 미국 대기업이 ISD(투자자-국가소송제)를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은행(WB) 산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2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적합업종 제도 강화가 한ㆍ미 FTA나 WTO 협정에 위반될 수는 있다. 어떻게 설계하는 지가 중요하다. 한ㆍ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