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런 끝났나? 첫 닷새 연속 순유입
2017-08-02 15:49
주식시장이 오를만 하면 발목을 잡던 지긋지긋한 펀드런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 닷새 연속 펀드에 돈이 들어왔다. 올해 들어 가장 긴 기록이다.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섰는데도 코스피가 버텨 온 것 역시 실탄을 채운 펀드 덕분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전달 31일까지 5거래일 만에 2522억원을 끌어들였다. 닷새 연속 돈이 들어온 것은 2016년 1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올해에는 4월 17~19일 사흘 동안 순유입됐던 게 최장 기록이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고 상장사 실적도 양호하게 나오면서 펀드 환매가 멈췄다"며 "당분간 국내 주식형 펀드로 더 많은 돈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년간 이어진 펀드런이 끝났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거다. 펀드런은 주식형 펀드 투자자가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일시에 환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증시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는 2012년 이후 국내 증시가 줄곧 횡보하는 바람에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면 펀드를 환매하고, 하단에서만 사들이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실제 2016년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코스피는 2016.19에서 2060.08로 2.18%(43.89포인트) 상승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26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총 1조9533억원이 빠져나갔다.
올해 들어서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자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가 이어졌다. 7월 말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4조7739억원이 이탈했다. 반면 펀드런이 이어진 연초부터 7월 31일까지 코스피는 2026.46에서 2402.71로 376.25포인트(18.57%) 뛰었다.
그런데 증시가 끊임없이 오르자 기조가 바뀌고 있다.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총 4조7459억원이 순유출 됐지만 7월만 보면 280억원만 빠져나갔다.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자료를 봐도 같은 분위기다. 앞서 1분기를 보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돈(유출분 제외)은 20거래일 평균 1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이에 비해 5월 말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고 7월 들어서는 2800억원까지 늘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스피가 대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들어오는 속도도 빨라졌다"며 "증시가 일시적인 악재에 출렁이더라도 하방 경직성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투신권(자산운용사)은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327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조718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투신을 비롯한 기관이 2조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결국 외국인도 이날 8거래일 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서 134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도 2427.63을 기록하며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