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가 던진 영국 조기총선 승부수, 부메랑으로 날아와
2017-06-09 14:58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권력 집중을 위해 던진 승부수인 조기총선이 오히려 역풍이 되어 메이 총리를 위협하고 있다. 보수당이 의회 과반석 확보에 실패하고 노동당이 의석을 대폭 늘리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현실화된 것이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즉각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BBC, 인디펜던트 등 영국 매체들은 일제히 이번 결과를 두고 “충격” “대혼란” 등으로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논평을 통해 “영국이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을 낳는 기계”라며 불안한 브렉시트 협상이 향후 글로벌 시장을 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8일 총선 출구조사가 나온 뒤 파운드는 장중 달러 대비 2%나 급락하며 요동쳤다.
지난 4월 메이 총리가 2020년으로 예정됐던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이를 바탕으로 브렉시트 협상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무질서한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총선에서 33개 의석을 추가해 265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메이 총리에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9일(현지시각)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코빈 당수는 메이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 의석과 지지를 모두 잃었다면서 새로운 정부를 위해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9일 연설에서 보수당이 제1당임을 강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출구조사 결과가 맞다면 보수당은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고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며 우리는 그것을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