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구체적인 금융 정책이 필요하다
2017-05-18 17:34
대통령의 파격은 취임 첫날부터 시작됐다. 첫 출근날인 10일 대통령은 홍은동 사저를 나오면서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악수를 건넸다. 수많은 셀카 요청에도 응했다. 경호팀도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모습은 청와대로 이사하는 13일까지 이어졌다.
취임 이틀째인 11일에는 청와대 신임 참모들과 점심을 함께 한 후 산책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통령을 비롯해 비서실장과 참모들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 있었다. 광화문 직장인들처럼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12일에는 청와대 직원 100여명과 직원식당에서 3000원짜리 식사를 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고위 관계자들이 아닌 일반직원들과 오찬을 하는 풍경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줄을 서서 식판에 음식을 담는 모습은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진행도 일사천리였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을 비롯해 내각의 틀을 짜고,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도 꺼내들기 시작했다.
취임 첫날 '일자리 상황점검 및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1호 업무 지시로 내린 뒤 이틀 뒤에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약속했다. 12일에는 국정교과서 폐지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2호 업무 지시로 내렸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 절차도 지시했다. 이제 겨우 취임 10일이 지났을 뿐인데 파격적이면서도 놀라운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한껏 풀이 죽어 있는 우리 경제의 기를 살려야 하는 과제 때문이다. 단순히 10조원의 추경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제로화 등도 중요하지만 경제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 기본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 해법은 파격적인 방법이 아닌, 치밀하면서도 철두철미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 첫 인사로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재계는 벌써부터 잔뜩 긴장한 눈치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개혁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들이 잔뜩 긴장한 것과 달리 유독 금융권만은 차분한 분위기다. 금융사들은 내심 당국의 수장, 특히 금융위원장이 누가 되는지를 지켜본 후 방향성을 결정하겠다는 눈치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정책에 대한 새 정부의 뚜렷한 지향점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관망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공약집에서는 '3대 근본대책과 7대 해법'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스케줄이 없다. 단순히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것이지 어떤 장치를 마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민 입장에서는 솔깃한 얘기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 금리에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불법 사금융이 번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대변되는 금융감독 체제 개편도 소문만 무성할 뿐 정해진 것이 없다. 당장 조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일리는 만무하다.
야심차게 출발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경제 정책이 촘촘하게 짜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당 분야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피우진 등 파격적인 인사가 화제가 되고 있듯 금융 분야에서도 김기식, 주진형 등 기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보다 숨은 실력자를 찾아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능력 있는 리더를 원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