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의 정치학] ‘일자리창출의 마중물이냐, 단기적 모르핀이냐’…추경의 명암
2017-05-16 18:0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적절성 여부는 해묵은 과제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과 2015년, 2016년 등 총 세 차례 추경을 단행했다. 규모는 40조원 정도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직격탄을 맞았던 김대중(DJ) 정부는 임기 5년간 여덟 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규모는 43조6000억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MB) 정부도 각각 다섯 차례와 두 차례 추경을 통해 17조1000억원, 33조원가량을 편성했다.
추경의 조기 편성은 정권의 경기부양 의지와 직결한다. 역대 정부 모두 장기간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때마다 ‘추경’이란 강력한 총알의 필요성을 꺼냈다. 이른바 ‘경기 선제대응용’이다.
◆ 추경, 민간시장 자극 없으면 효과↓
16일 정치권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은 역대 추경과는 결이 다소 다르다. 추경의 ‘목적’이 공무원 신규 채용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한정됐다. 국채 발행에도 선을 긋는다. 다만 추경의 구체적인 편성 범위 등은 여전히 미지수다.
추경의 효율 극대화 고민도 이 지점이다. 추경은 단순히 편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기 집행이 중요하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집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추경의 효과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금을 받는 공무원 채용은 일회성이 아니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기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수 관리도 변수다. 세수의 청신호는 문재인 정부의 추경 편성의 드라이브에 한몫했다. 역대 정권에서도 세수 과잉 지표는 추경 편성의 빌미로 작용했다.
하반기 세수 확보 여부에 따라 ‘상반기 조기 집행→하반기 예산 부족→추경 편성’ 등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는 새 정부의 증세 물꼬와 직결된 문제다. 새 정부 출범 전 ‘추경 불요론’을 폈던 기재부가 한 달 만에 추경에 총대를 멘 것도 논란거리다.
◆ 추경 땐 각 부처 예산도 증가··· 노동 이중구조 등 해결 난망
일자리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법적 요건 논란도 넘어야 한다. 헌법 제56조와 국가재정법 제89조, 지방재정법 제36조 등에 따르면 추경 편성은 △경제침체와 남북관계 변화 등 국내외적 중대한 여건의 변화 △법령에 따른 긴급한 지출 발생 △예비비만으로 지출의 충족이 불가능할 경우 등으로 한정한다.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도 추경의 법적 요건 불충족을 앞세워 반대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브리핑에서 “기재부도 법적 요건 등 추경과 관련한 사항을 관련 부서에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추경의 공감대를 형성하면, 곧바로 예산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 이른바 ‘추경의 풍선효과’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추경 편성 시 중소기업예산 및 관광진흥금 등의 예산이 같이 증가한 게 대표적이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 추경이면 다른 데 말고 일자리 창출에만 써야 한다”며 “벌써 5월인데, 추경을 6∼7월에 편성해 하반기에 다 집행하지 않으면 효과를 못 낸다.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넘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중소기업 간 수요 불일치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과감한 구조개혁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단기와 장기 대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