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에게 산 '순도 99.8%' 금 3㎏…알고보니 구리
2017-05-16 06:11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현정 기자 = 서울 시내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모(56)씨는 지난해 1월 지인 정모(56)씨의 연락을 받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아프리카인들이 좋은 금을 싼 가격에 판다는 소식이었다.
박씨는 정씨와 통역을 맡은 장모(70)씨 등 안내를 받아 서울 이태원의 한 건물에서 자신을 각각 아프리카 가나인과 케냐인으로 소개한 흑인 2명을 만났다.
이들은 쌀알 정도 크기의 금 알갱이를 판매하려 한다며 박씨에게 살 뜻이 있는지 물었다.
박씨가 이들이 건네준 금 샘플 3g의 순도를 측정했더니 99.8%의 순도 높은 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인들은 쌀알 정도 크기의 금 알갱이 3㎏을 내보이며 가격으로 미화 6만 달러(현재기준 약 6천700만원)를 불렀다.
당시 금융기관에 공시된 금 가격이 g당 약 4만 2천원이었으므로 3㎏이면 1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셈이었다. 박씨는 이들에게 6만 달러를 주고 금을 샀다.
그러나 박씨는 오래지 않아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 순도 측정을 위해 내보인 것은 진짜 금이었지만 실제 거래한 '금알갱이'는 알고 보니 모두 구리 알갱이였다. 구리는 고물상 등에서 1㎏에 1만원 미만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고민하다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구리를 금이라고 속여 박씨에게 판 혐의(사기)로 지난해 정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지명수배됐던 장씨도 약 1년 만에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통역을 담당했을 뿐 공모하지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아프리카인들은 이태원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로 이름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짜 금을 거래한 건물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달아난 아프리카인 2명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CCTV 화면이 다소 흐릿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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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