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제2금융에 이어 대부업도 연대보증 폐지
2017-05-03 12:17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정부가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를 추진한다. 작년 6월 말 기준 대부업체는 9000여곳에 이르지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지 않는 곳은 대형 대부업체 33곳 불과한 실정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행정지도나 대부업법 개정 등을 통해 모든 대부업체의 연대보증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연대보증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신 갚을 사람을 정해놓는 제도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약속된 대출 만기일에 빚을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인이 채무자와 똑같이 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
앞서 정부는 2012년 은행권, 2013년 제2금융권에서 제3자 연대보증제를 폐지한 바 있다. 당시 빚 보증으로 전재산을 잃는 피해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다만 저소득층에 자금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부업의 연대보증 폐지는 자율에 맡겨왔다.
하지만 일부 대부업체가 청년층을 보증인으로 세워 대출을 받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가 대부업 연대보증도 일괄 폐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대부업체 10곳을 조사한 결과 연대보증의 27%를 20대 청년이 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795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청년층의 소득 수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보증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에서 실제 연대보증 피해는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의 방식과 예외 조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 개정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해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부업법을 개정해 연대보증 폐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해 대부업자의 연대보증 금지와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20%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대부업법을 개정해 연대보증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관건은 대부업 연대보증을 폐지하면서 저신용·저소득자의 대출길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대보증 폐지는 세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신용으로는 돈을 빌릴 수 없지만 연대보증을 활용하면 대출이 가능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연대보증 제도 폐지 이전에 보증을 선 사람은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시중은행도 정책금융기관 수준에 맞춰 창업기업 연대보증을 폐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